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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신동욱 앵커의 시선] 이 작품은 다큐

등록 2022.12.08 21:51 / 수정 2022.12.08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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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모두 마이클 콜레오네를 아실 겁니다. 마이클의 아버지도요. (은퇴하면) 아바나에 있는 전자산 운영을 그에게 맡기겠습니다"

왜소한 몸집에 동네 할아버지처럼 인자해 보이는 노인은, 노회한 유대계 마피아 두목입니다. 알 파치노를 아끼는 척하면서 뒤로는 파치노의 조직을 무너뜨리려 하지요.

그 연기자가 바로 전설적 연기학교를 이끌며 수많은 스타를 배출했던 '매소드 연기'의 달인, 리 스트라스버그입니다. 그가 가르쳤던 제자 알 파치노와 만년에 연기 대결을 펼쳤던 것이지요.

"아빠, 저를 어디로 보내는 거예요?"

변변한 극장 하나 없는 인도 시골마을 사람들이 수퍼맨 영화를 찍어 자기들끼리 비디오로 돌려봤습니다. 비쩍 마른 동네 청년이 전혀 영웅 같지 않은 영웅을 더듬더듬 연기합니다. 이런 걸 가리켜 요즘 말로 '발 연기'라고 하지요.

대장동과 관련해 거침없이 폭로를 이어가는 남욱 변호사를 겨냥해,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연기 능력이 형편없다"고 했습니다. "검찰이 남 변호사에게 연기 지도를 하는 것 같은데, 검찰의 연출 능력이 낙제점"이라고 했지요. 앞서 검찰 수사를 '소설'에 빗댔던 비유를 이번에는 '영화'로 옮겼습니다.

검찰이 남 변호사의 폭로를 연출 사주하고 있다는 건데 상대가 만만치 않습니다. 남 변호사는 즉각 "저를 영화에 캐스팅한 분이 발연기를 지적하셔서 너무 송구스럽다"고 맞받았습니다. 자기를 대장동 무대에 기용한 분이 이 대표 아니냐는 얘기인 듯합니다. 그러면서 "이 작품은 영화가 아니고 다큐멘터리"라고 했습니다. 사실을 다루는 것이니, 연출과 연기를 할 필요도 없고, 할 수도 없다는 것이지요. 지난번 소설론을 일축했을 때보다, 되받아치는 펀치가 사뭇 셉니다.

폭로가 쌓이면서 민주당에서는 '이재명 리스크'의 굴레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목소리도 더욱 커 가고 있습니다. 정청래 최고위원이 제안한 '이 대표와 정치공동체 선언' 캠페인에 보름 사이 딱 한 의원만 동참한 것이, 당 분위기를 말해줍니다. 분당 가능성이 제기되고, 이 대표가 공천권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이 대표가 남 변호사를 캐스팅했다면 최악의 미스캐스팅이 될 것 같습니다. 배우 하나 잘못 썼다가 영화가 망하는 일이 수두룩하니 말입니다.

취임 백일 회견을 이례적으로 건너뛴 이 대표가 뒤늦게 짤막한 글을 올려 "이재명다운 길을 가겠다"고 했습니다. 그 길이 무엇인지는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 갈수록 부풀어가는 사법 리스크에 끝없이 침묵하는 것을 '이재명다운 길' 이라고 내세울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12월 8일 앵커의 시선은 '이 작품은 다큐'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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