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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신동욱 앵커의 시선] 국민의힘 어디로 가나

등록 2023.02.06 21:49 / 수정 2023.02.06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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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5년 대통령 전두환이 친구 노태우를 당 대표에 임명합니다. 그러면서 "당내 민주화 운운하는데, 대표든 누구든 그런 말 하면 사퇴시키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고 합니다.

김대중 정부까지 대통령들은 집권당 총재를 겸했습니다. 당을 만들기도, 쪼개기도 하는 당의 주인이었지요. 공천권을 쥐고서 당을 좌지우지했고, 당 의장이나 대표도 대리인에 불과했습니다.

"백악관 고위 관계자 이름으로 대통령 말씀을 흘리는 겁니다"

'관계자' '당국자' '소식통'은 익명의 취재원을 가리키는 용어들입니다. 돌아가는 속사정을 보도할 때 인용하곤 합니다.

'핵관'이라는 말도 거기서 나왔습니다. 이명박 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이 '핵심 관계자' 이름으로 브리핑을 하면서, 성을 딴 '이핵관'이 별명으로 붙었던 것이지요.

그걸 비틀어 이준석 전 대표가 유행시킨 호칭이 '윤핵관'입니다. 그런데 지목된 당사자들은 오히려 반기기도 합니다.

"제가 별명이 뭔지 압니까? 저 윤핵관인 것 자랑스러워하는 사람입니다"

나경원 전 의원을 둘러싼 국민의힘 내분이 봉합된 지 보름도 안 돼, 안철수 의원이 '윤핵관' 논란에 휩싸여 대표 경선판이 살벌해졌습니다. "실체도 없는 윤핵관 표현으로 정치적 이득을 보려는 사람은, 국정 운영의 방해꾼이자 적"이라는 윤석열 대통령 발언이 공개되면서입니다. 윤핵관을 비판하고 '윤-안 연대'를 내세운 안 의원을 직격한 겁니다.

대통령실은 "윤핵관이라는 표현이 대통령 측근을 간신배로 몰고 대통령을 공격하는 것" 이라고 했습니다. 원하든 원치 않든 대통령이 직접 나선 듯한 모양새가 돼버렸습니다.

거기에다 김기현 의원 후원회장은 "안 의원이 당 대표가 되면 대통령이 탈당해 신당을 창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릴 것"이라고 했습니다. 특정 후보를 찍으라고 당원들을 겁박하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대통령은 "윤심은 없다"고 거듭 공언했습니다. 그런데 국민의힘은 대표 경선을 '백 퍼센트 당원 투표'로 바꿔, 여론조사 1위였던 유승민 전 의원을 주저 앉혔습니다.

당내에서 높은 지지를 받았던 나 전 의원 역시 윤심부재라는 십자포화를 맞고 출마를 접었지요. 그러자 이번에는 안철수 의원의 지지율이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그다음에 벌어진 일들은 지금 여러분들이 보고 있는 그대롭니다.

위태위태하고 아슬아슬한 장면의 연속입니다. 관우가 조조의 진영을 떠나 유비에게 돌아갈 때까지, 적장들을 하나씩 베어 다섯 관문을 돌파했다는 얘기가 무색할 정도지요. 때문에 전당대회가 무사히 끝난다고 하더라도 그 이후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벌써 민심의 역풍을 우려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극단적 여소야대 정국과 맞닥뜨린 대통령으로선 본인과 뜻이 맞는 당 대표가 절실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합니다. 절차적 민주주의의 궤도를 이탈한 정당이 민심을 얻을 수는 없습니다. 중립 의지를 확실히 밝히고 측근들의 과도한 충성 경쟁을 자제시키 것이 가장 현명한 선택일 겁니다.

2월 6일 앵커의 시선은 '국민의힘 어디로 가나'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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