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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신동욱 앵커의 시선] 부끄러움을 안다는 것

등록 2023.02.07 21:51 / 수정 2023.02.07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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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생 윤동주가 남몰래 시집 출간을 준비합니다. 깊은 죄책과 자괴가 시로 흐릅니다. "나는 말없이 이 탑을 쌓고 있다, 명예와 허영의 천공(天空)에다… 무너질 줄 모르고, 한 층 두 층 높이 쌓는다" '부끄러움의 시인', 윤동주를 일컫는 말입니다. "돌담을 더듬어 눈물짓다 쳐다보면, 하늘은 부끄럽게 푸릅니다" 그런 윤동주에게 시인 정지용이 말합니다. 부끄러움을 아는 건 부끄러운 게 아니라고.  "부끄러운 걸 모르는 놈들이 더 부끄러운 거지"

마크 트웨인은 '인간만이 얼굴이 붉어지는 동물'이라고 했습니다. 수치심과 죄의식은 사람을 사람답게 해주는, 마음의 기둥입니다. 부끄러움이란, 자존을 지키는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감정이고요. 시인이 사람은 왜 사슴처럼 우아한 뿔이 없을까 생각합니다. "있지, 더러는 엉덩이에… 하늘과 땅을 거꾸로 사는 이들에게"

법원이 조국 전 장관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하면서 꾸짖었습니다. "객관적 증거와 자신의 잘못에 눈을 감은 채 반성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법적 잣대만으로 판단하고 책임을 묻기엔 부족하다고 생각한 듯 합니다. 딸 조민 씨가 부산대 의전원에서 거듭 장학금을 받으면서 부모와 나눈 문자도 증거로 제시했습니다. "교수님이 장학금을 이번에도 탈 거라며 다른 학생들에게 말하지 말라고 했다"고 하자 정경심 전 교수가 "절대 모른 척 해라"고 합니다. 재판부는 "민정수석이 장학금 명목으로 적지 않은 돈을 반복적으로 받았다"며 사실상 뇌물로 판단했습니다.

유시민 씨가 "깜찍한 기소"라고 비웃었던 오픈북 대리시험도 유죄였습니다. 시험을 치를 당시, 조국 부부와 아들이 나눈 이 문자는, 보는 사람 낯이 뜨거울 지경입니다. 조 전 장관은 최후진술에서 "내 자신과 자식의 일에 느슨한 기준을 적용했던 점을 반성한다"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딸이 치르고 있는 고통에 피가 마르지만, 법원의 판단에는 묵묵히 따르겠다"고.

그런데 판결이 나자 얼굴을 바꾸었습니다. 아무런 자책도 참회도 없이 그날로 항소했습니다. 그리고 어제는 딸 조민 씨가 얼굴을 드러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떳떳하게 살았다"며 더 이상 숨어 살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부끄럽지 않게 살았고요... (의사) 자질이 충분하다고 들었습니다"

그가 부산대에 제출한 일곱 가지 스펙만 해도 모두 가짜 또는 위조라는 판결을 받았습니다. 부끄럽지 않게 살았다는 건 대체 뭘 말하는 건지, 그렇다면 우리가 살아가면서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 어떤 것인지 도무지 그 마음속을 헤아리기 어렵습니다.

입시 과정에서 부모의 눈먼 욕심이 자녀들까지 불법과 탈법으로 끌어들였다면 딱하게 여기는 시선이 없진 않을 겁니다. 그런데, 그런데 말이지요. 백번 양보해서 이 가족은 그것도 아니라는 게 판결문을 통해 명명백백하게 드러났습니다.

그는 인간적인 공감과 연민마저 보기 좋게 걷어 차버렸습니다. 마음속 한구석에 헛된 자존심을 지켜보려다, 마음의 기둥, 자존을 잃어버린 꼴이 되었지요.

2월 7일 앵커의 시선은 '부끄러움을 안다는 것'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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