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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신동욱 앵커의 시선] 이재명의 아마겟돈

등록 2023.03.20 21:52 / 수정 2023.03.21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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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니 미첼이, 당신의 차가운 영국인 아내에게 감정을 가르쳐줬지요"

아내는 남편이 산 목걸이가 당연히 크리스마스 선물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목걸이는 여비서 선물이었고, 대신 조니 미첼의 음반을 받습니다. 거기 담긴 포크 명곡을 들으며 홀로 눈물을 떨굽니다. 호주에 사는 '태즈매니아 악마' 입니다.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 흉측하게 울어대서 붙은 이름이지요. 하지만 알고 보면 순하다고 합니다.

사람을 해치지 않고, 죽은 짐승이나 쓰레기를 뒤져 먹을 뿐이랍니다. 물총새는 영롱한 울음과 찬란한 깃털을 뽐냅니다. 물속으로 내리꽂듯 사냥하는 맵시가 찬탄을 불러일으킵니다. 하지만 먹이를 사정없이 패대기치는 장면은 섬뜩한 반전입니다. 먹기 좋게 뼈를 부수고 육질을 부드럽게 하는 것이지요.

인간의 삶과 자연의 이치에는 양면이 존재합니다. 극단적 악마도, 절대적 천사도 없습니다. "정치란 학문이 아니라 기술" 이라는 말도 있듯, 말입니다.

"윤석열 정권이 끝내 일본 하수인의 길을 선택했습니다"
"하나부터 열까지 굴욕 굴종뿐입니다"

지난 2주, 징용 해법과 한일 정상회담을 겨냥한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비판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삼전도 굴욕'과 '계묘늑약' 같은 '친일 매국'으로 '조공을 바치고' '오므라이스 한 그릇에 모든 걸 팔았다'고 했습니다. 한 국가의 외교 노선을 안에서, 이렇게까지 조롱하고 저주하는 예가 있었나 모르겠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절대 악, 스스로는 절대 선이라고 믿지 않고서는, 감히 할 수 없을 표현들입니다.

"국가권력을 가지고 장난하면 그게 깡패지 대통령이겠습니까"

얼마 전까지 이 대표의 극언은, 자신을 둘러싼 의혹과 혐의를 방어하는 데 집중됐습니다. '강도와 깡패가 날뛰는 무법천지'에서 '윤 정권이 망나니 칼춤'을 추며 '오랑캐 침략' 같은 '사법 사냥'을 벌인다고 했습니다. 그러다 징용 해법이 나오자 방어적 공세는 한순간에 전면적 총공세로 바뀌었습니다. 마치 선과 악의 최후 결전, 아마겟돈이라도 벌이는 듯합니다.

그런 식의 정치를 강준만 교수는 '퇴마 정치'라고 불렀습니다."민주당이 '윤석열 악마화'에 중독돼 자해를 일삼은 결과가 대선 패배였다"고 했지요. "정치는 국경에서 멈춰야 한다"는 외교 명언이 있습니다. 정쟁이 외교 안보 문제로 번져서는 안 된다는 뜻입니다.

비판을 하더라도 국익과 미래를 고민하고, 국가 외교의 어려움을 조금이나마 헤아릴 때, 그 비판이 힘을 얻고 국민들의 공감을 얻기 마련입니다. 퇴마 의식이라도 치르듯, 악마화에 모든 것을 쏟아부어서는 어리석은 자해일 뿐입니다.

3월 20일 앵커의 시선은 '이재명의 아마겟돈'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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