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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차담차담] 굿우드 시대, 감성을 더하다…'롤스로이스②'

등록 2023.03.23 09:00 / 수정 2024.01.11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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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스로이스는 1차 세계대전 때 항공기 엔진을 개발했다.

처음엔 거부했지만, 영국 정부의 계속된 요청을 받아들였다.

이때 만들어진 게 항공기용 이글(Eagle) 엔진이다.

자동차는 클로드 존슨이 전담했다.

존슨은 롤스가 런던에서 판매업으로 정착했을 때부터 도왔던 믿음직한 동업자였다.

항공기 엔진에 발을 들인데다 자동차 수요도 늘자, 더비로 공장을 옮겼다.

1931년엔 파산한 벤틀리를 인수할 정도로 여유가 있었다.

말 그대로 '잘 나갔다'.

2차 세계대전 때는 크루(Crewe)에 제2공장을 지었다.

생산라인을 구분했다.

더비는 항공기 엔진, 크루는 자동차 생산을 전담했다.

둘 다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했다.

특히 자동차는 럭셔리 세단 분야에서 '넘사벽'이었다.

롤스로이스는 1차 세계대전 이후로 항공기 엔진도 생산했다. 사진은 1980년 이후 자동차와 완전히 분리된 '롤스로이스 plc'가 개발 중인 차세대 '트렌트' 항공기 엔진. /롤스로이스 plc 홈페이지


하지만 롤스로이스는 한순간에 재정난에 빠진다.

1970년 차세대 항공기 엔진 개발비용을 잘못 관리하는 바람에 부도가 난 것이다.

1971년 2월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1987년 항공기 엔진 부분은 '롤스로이스 홀딩스 plc(Rolls-Royce Holdings plc)'로 민영화했다.

현재 항공기 엔진 분야 전 세계 2위다.

에어버스 A350, 보잉-787 등 상용 항공기의 심장이 '메이드 인 롤스로이스'다.

자동차 부분은 앞서 새 주인을 찾았다.

1980년 비커스가 최종 인수했다.

비커스는 크루에서 롤스로이스와 벤틀리를 계속 생산했다.

1998년, 비커스는 이 두 브랜드를 분리해 넘겼다.

벤틀리와 크루 공장은 폭스바겐에, 롤스로이스 상표권은 BMW에 팔았다.

BMW는 롤스로이스 상표권을 가졌지만, 당장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롤스로이스 제작의 핵심 인물들이 남아주었지만 공장이 없었다.

롤스로이스와 벤틀리가 사용하던 고유 엔진도 폭스바겐의 몫이었다.

2003년 굿우드에서 생산된 '굿우드 1호 차량 팬텀'. 12기통 6.75리터의 심장을 심었다. /롤스로이스 모터카 제공


BMW는 공장을 새로 짓기로 결정했다.

그렇게 낙점된 곳이 굿우드다.

1993년 이후 해마다 모터스포츠 축제인 '굿우드 페스티벌 오브 스피드(Goodwood Festival of Speed)'가 열리는 곳이다.

굿우드 1호 차량은 당연히 기함 '팬텀'이어야 했다.

영상 설명 : 롤스로이스가 굿우드에서 개발한 12기통 6.75리터 가솔린 엔진. 출시하는 모델마다 조금씩 질감을 다르게 엔진을 세팅할 뿐 기본 엔진은 모두 동일하다. (롤스로이스 모터카 제공)

엔지니어들은 고심 끝에 12기통으로 결정했다.

다만 배기량을 더 높이지 않고 6.75리터에 맞추기로 했다.

직전까지 팬텀의 심장이었던 8기통 6.75리터 엔진을 계승한다는 의미에서다.

일종의 '오마주'다.

2003년 BMW는 '굿우드 1호 팬텀'을 출시했다.

12기통 6.75리터 자연흡기 가솔린 엔진이었다.

지난해 출시한 고스트 블랙배지. 옵션을 제외한 가격은 5억5500만 원이다. /롤스로이스 모터카 제공


2023년은 롤스로이스로는 117주년, 굿우드로는 20주년이다.

그래서 별도로 올해를 '홈 오브 굿우드 20주년'으로 기념한다.

1차 세계대전 이후 자동차 생산을 책임졌던 존슨은 '롤스로이스의 하이픈'으로 불린다.

롤스로이스(Rolls-Royce)의 사이에 있는 가로줄 '-'에 해당한다는 의미.

롤스로이스에 품격과 감성을 입힌 존슨에 대한 찬사다.

1938년 출시한 실버 레이스. 판테온 신전 그릴이 웅장함을 더한다. /롤스로이스 모터카 제공


로이스는 라디에이터 그릴을 공기역학 형태로 바꾸고 싶었다.

하지만 존슨은 반대했다.

성능과 품질은 충분하니, 이미지를 심어줄 차례라고 생각했다.

존슨의 고집 덕에 만들어진 게 판테온 그릴이다.

로마 신전에서 영감을 얻었다.

1925년 팬텀 1호와 함께 선보였는데, 이후 롤스로이스의 시그니처 중 하나가 됐다.

밤 하늘을 옮겨놓은 듯한 스타라이트 헤드라이너로 장식된 고스트 내부. /롤스로이스 모터카 제공


존슨은 롤스로이스를 '운전사를 두고 소유주는 뒷좌석에 타는 최고급 자동차'로 규정했다.

이에 걸맞는 비스포크(Bespoke)가 스타라이트 헤드라이너(Starlight Headliner)다.

고객들의 만족도가 가장 높은 옵션이다.

차량의 천장을 1340개의 광섬유 램프로 장식해 밤 하늘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느낌을 준다.

천장과 도어까지 스타라이트 헤드라이너를 적용한 순수 전기차 스펙터(Spectre). /롤스로이스 모터카 제공


고객의 별자리로도 장식할 수 있다.

앞을 바라봐야 하는 운전사가 아닌, 뒷좌석 소유주만이 감상할 수 있는 옵션이다.

<다음 회에 롤스로이스 이야기가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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