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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신동욱 앵커의 시선] 분노는 너의 것

등록 2023.03.21 21:51 / 수정 2023.03.21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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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좀 열어다오. 훅 불어서 집을 날려버려야지"

성격 배우 잭 니컬슨이 걸작 공포영화 '샤이닝'에서 발작하듯 광기를 터뜨립니다.

"자니가 왔다!" 

군 기지 사령관 니컬슨이 사병을 죽음에 몰아넣은 혐의로 법정에 섭니다. 풋내기 법무관 톰 크루즈가 자존심을 건드리자, 분노를 주체 못하고 얼결에 자백해버립니다.

"넌 진실을 감당 못해!"
"코드 레드를 명령하셨습니까?"
"그래 제대로 맞혔군. 명령했다!"

2년 뒤 니컬슨은 현실 세계에서 운전을 하다, 앞차 지붕과 앞 유리를 골프채로 박살냈습니다. 앞차가 네거리에서 우물거리는 바람에 정지신호에 걸리자 "순간적으로 정신이 나갔다"고 했지요.

나중에는 '성질 죽이기'라는 영화에서 분노 조절장애를 치료하는 정신과 의사를 연기했는데, 그마저 걸핏하면 핏대를 세우는 의사였습니다.

작은 일에도 발끈, 왈칵, 욱하고 화를 내는 사람이 너무 많습니다. 운전대만 잡으면 헐크로 변하는 사람들로, 보복 운전, 이른바 '길 위의 분노'가 넘쳐납니다.

그제 휴일 경부고속도로에서 버스 전용차로를 달리던 승용차가 갑자기 멈춰 섰습니다. 부부가 다투다 60대 남편이 홧김에 차를 세우고 내려버린 겁니다.

그 바람에, 뒤따르던 고속버스가 차를 들이받으면서 조수석에서 내리던 아내가 숨졌습니다. 경찰은 블랙박스에서 부부싸움을 확인하고, 남편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불뚝성이 살인 낸다"는 속담이 있습니다만 현실의 이 일은 너무 슬픈 일이지요.

미국에서는 '조수석에 앉아 아내에게 운전을 가르치는 것'이 이혼으로 가는 지름길로 통합니다. 남편은 소리를 질러대고, 아내는 눈물을 흘리다 대판 싸우게 되거든요.

차 속만큼이나 분노 조절이 안 되는 곳이, 정치판입니다. 국정감사장이나 청문회장은, 고함과 욕설을 자제하지 못하는 의원들로 난장판이 되곤 합니다.

우리 정치는 분노를 먹고산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나라가 둘로 쪼개져 서로 터뜨리는 눈먼 분노를, 정치 동력으로 이용하려 드니 말입니다.

나는 무엇 때문에 화가 나는가? 혹시 정치가 우리 사회의 집단 분노 조절장애를 부추기는 건 아닌지요?

치미는 분노를 누르는 방법으로 흔히 복식호흡과 숫자 세기를 권합니다.

시인은, 상대가 턱없는 분노를 훅 끼쳐올 때, 너그러운 마음으로 받아넘기라고 합니다.

"나를 찍어라. 그럼 난, 네 도끼날에 향기를 묻혀주마"

3월 21일 앵커의 시선은 '분노는 너의 것'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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