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이메일보내기
  • URL복사
정치

[신동욱 앵커의 시선] 이재명의 길

등록 2023.03.22 21:55 / 수정 2023.03.22 21:59

  • 페이스북
  • 트위터
  • 이메일보내기
  • URL복사


종신형 죄수 레드가 10년마다 가석방 심사를 받습니다.

"정말 새사람이 됐습니다. 더이상 위험한 존재가 아닙니다. 신께 맹세합니다" 

입에 발린 말로 번번이 퇴짜를 맞던 그가, 40년 되는 해 모든 것을 내던진 듯 담담하게 말합니다.

"내가 교화됐냐고? 그건 다 헛소리야. 젊은이, 얼른 부적격 도장이나 찍게. 나는 상관 안 하니까" 

1.4후퇴 때 국군 장교가, 오대산 상원사에 북한군이 주둔하지 못하도록 불태우라는 명령을 받았습니다. 한암 큰스님이 홀로 법당에 앉아 장교에게 일렀습니다.

"승려는 죽어 화장하는 것이니, 어서 불을 질러라"

장교는 문짝 하나만 떼내 태웠고, 스님은 스스로를 내려놓는 방하착(放下着)으로 천년 절과 국보를 구했습니다. 저잣거리 장삼이사는 감히 닿기 힘든 경지입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대장동 사업을 "단군 이래 최대 공익 환수사업" 이라고 했습니다. "윤석열이 몸통인 윤석열 게이트" 라고 했지요.

목을 긋는 시늉을 하며 "이재명이 지면 정치생명 진짜 끝장난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대장동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지는 날을 맞았습니다.

문재인 정부 검찰이 수사를 시작한 지 1년 반 만입니다. 이 대표는 늘 "노무현의 길을 가겠다"고 해왔습니다.

하지만 오늘 여기까지 오도록 선택한 길은, 끊임없이 무언가를 놓지 않으려는 행보로 비쳤습니다. 대체 어떤 점이 노무현의 길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 대표는 대선 패배 두 달 만에 보궐선거에 나갔습니다. 연고도 없는 민주당 표밭에서 금배지를 달았지요. 그리고 다시 두 달 만에 대표 경선에 출마해 당권을 거머쥐었습니다.

이 대표가 취임하기 이틀 전 민주당은 '부정부패와 관련해 기소된 당직자의 직무를 정지한다'는 당헌에 이런 예외 조항을 달았습니다.

그리고 이 대표가 부정부패 혐의로 기소되기에 이르렀습니다. 예전 같으면 당 대표직을 수행할 수 없는 처지가 됐겠지요.

하지만 이제는 당무위가 직무 정지의 열쇠를 쥐었습니다. 대표가 구성하고 주재하는 기구여서 이런 상황에서는 논할 가치 조차 없는 형식적 절차일 뿐입니다.

오늘 이 대표는 "검찰이 쇼를 벌여 정치적으로 활용하다가, 정해진 답대로 한 기소"라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대표직 유지도 답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고 봐야 할 겁니다.

민주당은 기다렸다는 듯 곧바로 당무위를 열었고 예상했던 대로 대표직 유지를 결정했습니다. 

그동안 민주당 안팎에서는, 이 대표가 체포동의안 뒤에 숨지 말고 당당하게 나가라는 고언이 적지 않았습니다. 한 번쯤은 몸을 던져 큰 정치, 국민에게 울림을 주는 정치를 하라는 바람이지요.

"살고자 하면 필히 죽을 것이고, 또한 죽고자 하면 살 것이니!"

지금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가는 길은 어느 쪽인가요.

3월 22일 앵커의 시선은 '이재명의 길' 이었습니다.

Copyrights ⓒ TV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제보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