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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신동욱 앵커의 시선] 믿게 해주오

등록 2023.03.27 21:49 / 수정 2023.03.27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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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손흥민 선수가 런던 첼시 구장에서 원정경기를 치렀습니다. 코너 킥을 차러 관중석 가까이 가자, 한 사내가 손을 눈가에 대고 찢는 시늉을 합니다. 저질스러운 인종혐오 행태입니다.

첼시 구단은 사내의 신원을 확인해 경기장 출입을 무기한 금지했습니다. 런던 검찰은 증오범죄로 기소했고 법원은 벌금과 함께 축구 관람 3년 금지 명령을 내렸습니다.

첼시는 "축구와 팬을 부끄럽게 하는 바보들이 여전히 있다"며 무관용 대응을 다짐했습니다. 그 무렵 경찰은, 손흥민에게 혐오 글을 올린 열두 명을 찾아내 사과 편지를 쓰게 했습니다.

축구장 난동꾼 훌리건은, 흥분과 열광의 도가니에서 욕구 불만의 배출구를 찾습니다. 하지만 여러 나라가 엄포를 넘어 적극적이고 엄중한 처벌에 나선 건 근래 일입니다.

그렇다면 이건 어떻습니까

"소위 개딸 현상, 저는 이게 세계사적인 의미가 있는 새로운 정치행태라고 생각해요"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지난해 대선 직후 등장한 열성 지지자, 이른바 '개딸'을 세계 역사에 남을 현상이라고 했습니다. "댓글 하나씩만 달아줘도 세상을 바꾼다"고 했지요.

'개딸'들은, 김혜경씨 법인카드 의혹과 관련된 사람이 극단적 선택을 하자, 이 대표 트위터에 이런 댓글을 달았습니다. 그러자 이 대표가 화답했습니다. "고맙잖아"

이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에서 이탈표가 쏟아져 개딸들이 색출에 나섰을 땐 이렇게 말했습니다. "다섯 명 중 네 명이 그랬다고 해도, 다섯 명을 비난하면 한 명은 얼마나 억울하겠냐"고.

얼핏 타이르는 듯 하지만 '다섯 명 중 네 명은 비난해도 괜찮다'는 얘기가 됩니다.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미운"격입니다.

좋아하는 정치인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편들며 싸우는 부류를 미국 정치철학자가 '훌리건'이라고 불렀습니다.

'개딸'들이 비명계 의원 사진의 눈꼬리를 찢고 입꼬리를 올려 사악한 이미지로 만든 건, 축구장 망나니 훌리건을 닮았습니다.

그러자 이 대표가 "악마화를 위해 조작된 이미지까지 사용해 조롱 비난하는 것은 도를 넘었다"며 자제를 촉구했습니다. 뒤늦게나마 다행스러운 언급입니다.

하지만 그동안 '개딸'들을 격려 고무 찬양해온 말들을 돌아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앞서 민주당 원로가 했던 이 쓴소리도 떠올리게 됩니다.

"꽁치는 주둥이로 망한다"고 합니다. 주둥이가 길어 그물에 쉽게 걸린다는 얘기지요.

'철저하게 조사해 단호하게 조치하겠다'는 이 대표의 다짐이 이번은 빈말이 아니길 바랍니다.

3월 27일 앵커의 시선은 '믿게 해주오'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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