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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신동욱 앵커의 시선] 블랙핑크에 흔들린 국가안보실

등록 2023.03.30 21:52 / 수정 2023.03.30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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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줘요. 그게 내가 원하는 거죠. 아주 많이…"

영국과 미국의 수퍼스타 엘튼 존과 스티비 원더가, 비틀스도 불렀던 옛 노래 '머니'를 주고받습니다. 좀처럼 보기 힘든 무대가 펼쳐진 곳은 백악관입니다.

클린턴 대통령이 블레어 총리를 맞아 베푼 국빈 만찬 공연이었지요.

지난해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후 첫 국빈,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위해 연 만찬은, 재즈 뮤지션 존 바티스트가 빛냈습니다.

그래미상 다섯 부문을 휩쓴 그는 뉴올리언스 출신입니다. 옛 프랑스 식민지여서 '프렌치-아메리칸' 문화가 진하게 남아 있는 곳이지요.

만찬 행사를 주관한 질 바이든 여사의 안목과 배려가 엿보입니다.

클린턴 대통령이 열었던 김대중 대통령 국빈 만찬의 절정은, 가곡 '그리운 금강산' 이었습니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하우스의 간판 소프라노였던 홍혜경 씨가 열창했지요.

우리 측 참석자들이 눈물을 흘리자 클린턴은, "우리는 이 순간 모두 한국인이 됐다"고 외쳤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의 두 번째 국빈, 윤석열 대통령 내외를 위한 만찬에 블랙핑크와 레이디 가가 공연을 제안한 이도, 질 바이든 여사라고 합니다.

엘튼 존과 스티비 원더의 만남에 선색이 없는 무대일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그림이 이상하게 굴러가면서, 대통령 방미를 불과 4주 앞두고,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이 교체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방미 실무 책임자인 대통령 의전비서관과 외교비서관에 이어, 국가 외교안보 사령탑까지 물러나는 초유의 사태에 이른 겁니다.

그 출발점이, 미국 측 만찬 공연 제안이 대통령에게 제대로 보고되지 않은 것이라고 합니다.

나비의 날갯짓이 태풍으로 번진다는 나비효과를 닮았습니다. 정상외교의 성패는 회담 결과가 가릅니다. 하지만 의전의 백미는 단연 정상 만찬입니다.

그 하이라이트라 할 공연에서 보고가 누락 됐다면 책임이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블랙핑크 공연 문제만으로 안보 외교 사령탑까지 바꿔야 했느냐는 상식적 의문이 드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그제 김 실장 교체설이 돌 때만 해도 대통령실은 사실무근이라고 공식 부인했습니다.

김 실장도 주변에 "직을 마칠 때까지 사심 없이 최선을 다하겠다"는 메시지를 보냈다고 합니다. 사실상 경질된 것으로 봐야겠지요.

대통령실이 명쾌한 설명을 하지 않으면서, 경질 배경을 두고 갖은 분석과 추측이 분분합니다.

윤석열 정부가 당면한 외교 안보 현안은 대한민국의 생사가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엄중합니다.

아무리 만찬 행사가 중요하다 해도, 회담 준비와 성과에 비하면 곁가지일 뿐입니다.

어제오늘 일을 지켜보면서, 본말이 뒤집힌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영 가시지를 않습니다.

3월 30일 앵커의 시선은 '블랙핑크에 흔들린 국가안보실'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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