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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신동욱 앵커의 시선] 그 많던 공시생은 어디로 갔나

등록 2023.03.31 21:52 / 수정 2023.03.31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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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내요 노량진 박, 당신 꿈이 있잖수? 절대 포기하지 말아요"

고시원에서 쪽잠을 자며, 추리닝 바람으로 컵 밥을 먹는 젊음들을, 시인도 응원합니다.

"합격해도 3천 원, 떨어져도 3천 원. 절망은 팔지 않는다. 청춘에, 깨지고 터질 실패의 자유가 있다"

소설가 김훈도 '공시촌'으로 불리는 서울 노량진 학원가, 9급 공무원 준비생의 고달픈 청춘을 그렸습니다. 그 여덟 가지 풍경 '노량 팔경' 중에, 컵밥거리에 길게 늘어선 줄을 제1경으로 꼽았지요.

LA타임스는 한국 젊은이들의 공무원시험 열풍을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한국에서 공무원이 되기란, 하버드대 합격보다 어렵다"

20만 명이 몰린 공시 합격률이 2.4퍼센트로, 하버드대 4.6퍼센트보다 훨씬 낮다고 했지요.

공무원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신의 직장'으로 통했습니다. 2006년 '가장 근무하고 싶은 직장 1위'에 올라 13년 내내 공기업과 대기업을 앞섰습니다.

그 공무원 열풍의 으뜸 풍경, 노량진 컵밥거리가 썰렁해졌습니다. 평일에도 노점들이 절반 가까이 문을 닫는다고 합니다.

학원을 비롯해 고시원, 스터디 카페 같은 공시 업계도 얼어붙었습니다. 코로나가 닥치면서 다들 인터넷 강의를 듣느라 휑해졌다가, 도무지 회복이 안 되고 있는 겁니다.

무엇보다 젊은이들이 '신의 직장'을 외면하기 시작했습니다. 올해 9급 공시 경쟁률은, 정점에 올랐던 2011년의 4분의1까지 쪼그라들어 3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선호 직장 순위도 대기업, 공기업에 뒤져 3위로 밀려났습니다. 젊은이들을 끌어당기던 매력은 그리 바뀌지 않았을 텐데 말입니다. 해 있을 때 출퇴근해 이른바 '소확행'을 누리고, 신분과 정년, 노후도 웬만큼 보장되는 장점들이지요.

거기에다 취업난도 여전히 최악입니다. 바뀐 것은, 새로운 세대의 새로운 가치관입니다. 이삼십대 MZ 공무원 열에 여덟은 "공무원도 월급쟁이 직장인" 이라고 생각합니다.

엊그제 어느 봄꽃 축제장 안내와 관리에 동원된 MZ 공무원들이 "보상도 없는 공짜 노동"이라고 볼멘소리를 터뜨린 게 단적인 예입니다. 하지만 공무원은 회사원과 달리, 국민 세금으로 월급을 받습니다. 헌법도 공무원을 이렇게 규정합니다.

공무원 처우와 업무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합리적 개선은 물론 필요합니다. 그래야 국민을 위해 일한다는 보람도 커질 겁니다.

반면, 광풍에 가까운 공무원 열풍이 식어가는 것은, 나라와 젊은이의 미래에 두루 바람직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애초부터 젊음에게는, 안정보다 도전, 자족보다 투지가 정말 젊음다우니까 말이지요.

3월 31일 앵커의 시선은 '그 많던 공시생은 어디로 갔나'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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