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제1 원전 내 오염수의 처리 과정을 검증하고 있는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지난 5일(현지시간)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모니터링 체계를 신뢰한다'는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은 IAEA의 중립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데요.
앞서 민주당 소속 김한규 의원은 지난달 24일 MBC <신장식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해 "(IAEA에) 일본이 세계 세 번째로 분담금을 제일 많이 내고 있다"면서 "일본의 입김이 작용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IAEA의 국가별 분담금 순위와 비중을 찾아봤습니다.
IAEA에 따르면 일본은 올해 예산 가운데 약 442억 원(2690만 유로+430만 달러)을 부담했습니다. 이는 IAEA 전체 분담금의 7.8%를 차지합니다. 국가별로 보면 미국(25.1%), 중국(14.5%)에 이어 일본이 세번째로 비중이 높다는 것은 사실이었습니다.
IAEA, 2023년도 예산에 대한 회원국의 분담금 규모 평가 자료 (빨간색 일본, 파란색 한국)
그렇다면 IAEA 검증 결과를 신뢰하기 어려울 정도로 일본의 입김이 센 걸까요?
일본이 IAEA에 지불하는 분담금 비중은 최근 10년 사이 꾸준히 줄고 있습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한 2011년 3월 11일 이후, 일본의 분담금 비중은 2012년 12.4%에서 2021년 8.36%으로 낮아졌습니다.
특히 일본 정부는 오염수의 방류를 결정하고 절차를 밟기 시작한 2021년 이후에도 부담금 비중을 줄였는데요. 2021년 8.36%에서 지난해 8.29%, 올해 7.75%로 감소했습니다.
2012~2021년 IAEA 정규분담금 부담 규모 상위 10개 국가 (IAEA 자료, 이상민 의원실)
IAEA, 2023년도 예산 중 국가별 분담 비율 (뉴스9 <따져보니>)
이런 점을 감안하면 분담금 비중 수치만으로는 일본이 IAEA의 조사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고 주장하긴 어려워 보입니다.
전문가들도 "IAEA의 모니터링에 다른 나라들이 동의하는 상황에서 국제기구의 역할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이덕환 서강대학교 화학·과학 커뮤니케이션 명예교수는 "(IAEA는) 유엔 산하의 국제기구고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에 관한 한 세계 최고의 권위를 가지고 있다"면서 "이념이나 어떤 정치적인 이유로도 함부로 폄하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국제기구의 역할을 거부하고 우리한테만 모니터링 권한을 달라고 한다면 국제적으로 공감을 얻을 수 없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덕환 교수 인터뷰 (뉴스9 <따져보니>)
당시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은 그로시 사무총장을 만나 우크라이나 현장 조사 지원 명목으로 IAEA에 200만 유로(약 27억 원)를 지원하기로 약속했습니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어떤 활동이든 후원금의 영향을 받는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했지만 일본 정부와 재계가 IAEA에 많은 후원금을 내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극동그룹이 IAEA 이사회 의장국을 맡을 수 있었던 8번의 기회 가운데 6번은 일본이 차지했습니다. 그 정도로 IAEA 내 일본의 영향력은 무시할 수 없습니다. 다만 오염수 방출 문제로 한국과 일본이 긴장 상태였던 2021년 9월에는 한국이 사상 처음으로 IAEA 의장국 자리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극동지역 그룹에서 일본의 독주에 한국이 제동을 건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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