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우회전 사고로 인한 비극이 언제쯤 멈출 수 있을까요. 교차로 우회전 차량에 일시정지를 시행한 지 넉달이 지났지만 여전히 사고가 이어집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짚어보면 이전보다 사고 건수는 다소 줄었지만, 사망사고는 오히려 늘었습니다. 그래서 저희 기자들이 왜, 사고가 끊이지 않는 건지, 해결책은 없는지, 사고 현장 곳곳을 돌아봤습니다. 사고가 많은 지역은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김창섭, 장동욱 두 기자가 차례로 짚어드립니다.
[리포트]
10일 8살 조은결 군이 우회전 버스에 치여 숨진 교차로입니다. 우회전 신호등이 별도로 설치돼 있었지만 사고를 막진 못했습니다.
우회전 운전자가 신호와 정지 의무를 잘 안 지킨 게 직접 원인이지만, 횡단보도 주변 도로 구조도 문제란 지적이 나옵니다.
사고 교차로 모퉁이의 회전반경은 약 12m.
차량 우회전 구간 전체가 횡단보도와 겹칠 정도로 회전반경이 크게 설계돼 차가 속도를 늦추지 않고 지날 수 있게 돼 있다는 겁니다.
김서현 / 경기 수원시
"조금만 제가 1초 2초 조금 느리게 간다고 해서 사실 큰일이 생기지는 않으니까요."
최근 3년간 전국에서 우회전 차량 보행자 사고가 4건 이상 난 교차로는 25곳인데, 이들 상당수는 회전반경이 넓은 곳이었습니다.
5건 이상 발생한 종암 사거리와 양평동 사거리도 확인해 보니 회전반경이 17m 안팎에 달했습니다.
영국 교통부 조사에 따르면 도로 모퉁이 회전 반경을 7m에서 1m로 줄이면 우회전 차량 속도는 절반 수준으로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심재익 / 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회전반경이 넓다면 그만큼 우회전하는 차량의 속도가 조금 빠를 수 있는 그런 여지가 있고…."
이렇게 우회전 구간에 보호 기둥을 세워 회전반경을 줄이면, 차량 속도가 줄고 운전자 시야 확보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합니다.
[리포트]
보행자 입장에선 우회전 차량 운전자의 시선 사각지대가 불안할 수 밖에 없는데요. 이 사각지대를 기술로 없애는 스마트 표지판도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교차로 횡단보도 위 전광판에 우회전 차량 모습이 한 눈에 들어옵니다. 화면 속 차량 움직임이 인식되면 경고방송도 나옵니다.
"차량이 접근 중이오니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우회전 차로로 차가 나타나면 운전자와 보행자 모두에게 알려주는 스마트 경고등도 등장했습니다.
학교앞 스쿨존 교차로는 어린이가 눈에 잘 띄도록 벽과 도로를 노란색으로 칠한 곳까지 속속 생겨나지만, 여전히 보행자는 기대반, 걱정반입니다.
이성준 / 서울 송파구
"'여기서 꼭 멈춰야 돼'라고 하루에 열 번씩은 이야기하는 것 같아요. 차도 조심할 수 있고 애도 위험성을 알 수 있으니까."
우회전 사고를 줄이려는 첨단 장치가 계속 동원돼도 사고 건수와 사망사고가 좀처럼 개선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서윤자 / 서울 구로구
"보행자 신호가 딱 오면 차량이 멈췄다 가야하는데 안 멈추고 그냥 가요. (설치)했어도 안 지켜지더라고요, 그게."
전문가들은 스마트 횡단보도 등 단속-감시 장비 도입도 좋지만, 도로 구조와 운전 환경 자체에 물리적으로 우회전 차량의 운행 속도를 제어할 장치도 추가돼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유정훈 /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
"(회전반경을) 좁혀서 그렇게 속도를 자연스럽게 줄이게 하는, 조심하게 만드는 그런 물리적인 환경을."
무엇보다 우회전 시 보행자 상황을 최우선 고려하는 운전자 인식 개선이 필수.
이를 위해 보다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우회전 환경 연구가 필요한 시기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읍니다.
TV조선 장동욱, 김창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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