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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CSI] 청소년 유혹하는 '액상 전자담배'…허술한 규제에 무인매장도 '구멍'

등록 2023.05.29 21:27 / 수정 2023.06.01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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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과일 맛 전자담배'가 청소년을 유혹하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액상형 전자담배에서 복숭아 향, 수박 향 등이 납니다. 그런데 이 '과일 맛 전자담배'가 궐련형 전자담배와 달리, 공산품으로 분류돼 자판기나 무인점포에서도 쉽게 구매할 수 있었습니다.

소비자탐사대 송민선 기자가 그 실태를 들여다봤습니다.

[리포트]
화장품 광고 같은 홍보 포스터에, 다양한 과일 이름 용기가 즐비한 진열대까지.

"약간 버블 껌 냄새가 나요."

얼핏 보면 화장품 가게 같지만, 모두 니코틴 원액에 맛과 향을 입힌 '액상형 전자담배'를 판매하는 상점입니다.

니코틴 특유의 향이 안 나고 호기심을 자극하는 맛과 다양한 향 때문에 일부 청소년들 사이에 액상형 전자담배가 인기가 많습니다.

A군 / 청소년 흡연자
"남자애들도 많이 피긴 하는데 여자애들도 많이 피워요. (전자담배) 색상도 예쁘고 이러니까. 연초 같은 경우는 냄새도 많이 나고 그러니까…."

학원가 인근 주민
"여기(손)에다가, 그냥 사탕 물고 다니나 그랬더니 그게 (전자)담배더라고."

지난해 전국 중고등학생 6만여 명을 조사한 결과, '최근 한 달 새 담배를 피운 적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남학생 7.3%, 여학생 3.4%였고, 그중 절반 이상이 '액상형 전자담배를 피웠다'고 답했습니다.

이처럼 청소년의 액상형 전자담배 흡연이 퍼지는 이유 중 하나는 접근이 쉽다는 것.

우리나라 현행법상 '담배'는 연초의 잎을 원료로 만든 제품인데, 일반 담배(연초)와 궐련형 전자담배만 이 '담배'로 분류돼 제대로 된 규제가 이뤄집니다.

이 때문에 이들 제품엔 후두암 등 혐오 사진과 경고 문구를 넣게 돼 있지만, 액상형 전자담배는 경고 없이 제품 뒷면에 '청소년 판매금지' 문구만 담겨 있습니다.

B군 / 청소년 흡연자
"중고거래 아니면 인터넷에서 (구해요). 뚫리는 데가 있거나 아니면 인터넷에서 성인 계정으로 그렇게 구매를…."

더욱이 액상형 전자담배는 합성 니코틴으로 만든 제품이라 공산품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온라인 주문과 자판기 판매도 쉽게 가능합니다.

이렇다 보니 액상형 전자담배가 무인매장에서 판매되고, 그중 성인 인증 자체도 허술한 곳이 상당수입니다.

"성인 인증이 완료되었습니다."
"얼굴 인식을 전혀 안 하네."

성인 남자 신분증을 냈는데도 안면 인식 절차 없이 곧바로 이렇게 구입이 가능합니다.

호주와 인도, 싱가포르 등 32개국이 이미 액상형 전자담배 판매를 금지했고, 미국과 유럽연합은 담배 내 가향물질 첨가를 막는 등 각국이 규제를 강화하는 추세입니다.

우리 정부도 4년 전 담배의 정의를 확대하는 등 관련 추진 계획을 밝혔고, 관련 법안도 여럿 발의됐지만 여전히 국회에 계류 중인 상황.

이성규 / 한국담배규제연구교육센터장
"35년 전에 만들어진 담배사업법으로 지금 새롭게 나오는 담배 제품을 규제를 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습니다."

청소년의 전자담배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해선 국내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소비자탐사대 송민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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