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가가 둠벙 속 수초에 숨어 먹이를 노립니다. 낫처럼 사나운 앞다리로 올챙이를 낚아채 체액을 빨아먹습니다. '물전갈'로 불리는 둠벙의 포식자 장구애비입니다.
모기 유충 장구벌레도 탁하게 고인 물을 좋아합니다. 습지와 웅덩이, 정화조, 하수구는 물론 일주일 넘게 물갈이를 하지 않은 화분 받침에서도 부화합니다. 물은 고이면 썩기 마련이니까요.
물갈이가 어려운 샛강과 정화조에는 미꾸라지를 풀기도 합니다. 한 마리가 하루 천 마리 넘게 먹어 치운다고 하지요.
박정희 대통령이 취임 후 첫 연두순시에 나섰을 때 일입니다. 중앙선거 관리위원회에도 방문 계획을 통보했는데 사광욱 초대 위원장에게 거절당했습니다. "행정부의 장이 헌법상 독립기관을 방문할 수 없다"며 막았던 겁니다.
이회창 선관위원장은 노태우 대통령부터 3김까지 4당 총재 전원에게 이렇게 강력한 경고 서한을 보냈습니다. 선관위가, 흐르는 물이던 시절 일화들이지요.
자녀 특혜 채용 의혹으로 사무총장과 사무차장이 사퇴한 중앙선관위의 이른바 '아빠 찬스'가 갈수록 태산입니다.
앞서 김세환 전 사무총장을 비롯한 간부 세 명의 자녀 채용 면접 때 대다수 면접관이 세 사람과 함께 일했던 '아빠 동료'들로 밝혀졌습니다. 이들은 대부분 면접 최고점을 줬다고 합니다. 당시 의혹 일부에 대해 선관위는 자체 감사를 하고 "특혜 채용은 없었다"고 발표한 바 있죠.
김 전 사무총장은 지난해 '소쿠리 투표'와 자녀 채용 의혹이 겹쳐 사퇴했습니다. 선관위는 '소쿠리 투표' 때도 감사원 감사를 거부하고 자체 감사를 했습니다.
이번에 사표를 낸 박찬진 사무총장과 송봉섭 차장의 의혹 역시, 자체 감사를 고집하다 뒤늦게 외부인 참여 감사를 한다고 합니다. 위원장이 비상근인 선관위에서 사실상 1인자와 2인자가 함께 물러나는 초유의 사태를 그리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 모양입니다.
북한의 해킹과 관련해 국정원이 권고한 보안점검까지 거부한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게다가 선관위는 두 사람을 의원면직 처리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일반 공무원은 비위로 내부 조사가 진행되면 조사가 끝날 때까지 의원면직을 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이번의 경우는 징계 대신 퇴로를 열어주는 셈이지요.
사무총장 자리를 30년 넘게 내부 승진으로 차지하는 사이 생겼을, 끼리끼리 문화를 짐작할 만합니다. 그렇게 오랜 세월 겹겹이 특권의 제방을 둘러치면서 고인 물이, 온전할 리가 있겠습니까.
선관위에 대한 신뢰는 민주주의를 지키는 일차적 방어선 같은 것입니다. 그런 선관위가 이미 자정 능력을 상실했다면 이제는 그들만의 세상을 깨뜨리는 외부 충격이 반드시 필요할 겁니다. 모기 잡는 천적 미꾸라지를 풀어 넣 듯 말이지요.
5월 29일 앵커의 시선은 '선관위, 그들만의 천국'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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