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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신동욱 앵커의 시선] 다시 눈부신 유월로

등록 2023.06.01 21:50 / 수정 2023.06.01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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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원 마당에서 일흔 살 아들이 백네 살 노모를 단 10분 뵙고 눈물을 훔칩니다. 그런 아들을 오히려, 어머니가 두 손 흔들어 달래주십니다. 비닐 천막을 사이에 두고 어머니와 두 딸이 손을 맞대봅니다. "이것 좀 풀어달라고 해" "만지고 싶은데..." 그래도 어머니는 노랫가락이 절로 납니다. "강바람이 치맛폭에 스치면 군인 간 오라버니..."

명절이면 고향에 '불효자는 옵 니다'라는 플래카드가 내걸리고, 부모님들은 자식들에게 손사래를 쳤습니다. "너거꺼정(너희들끼리) 쉬이... 꼼짝하지 말고 가마이 들어앉았고..." 정작 쓸쓸한 명절을 보내며 눈시울을 붉혀야 했지요. "와 눈물이 핑 도노. 예전 같이 않고... 코로나 때문에 이렇다"

꽃구경 오지 말라고 사정하다 못해 농민들은 정성 들여 가꾼 봄꽃을 갈아엎었습니다. 벼랑 끝에 몰린 자영업자들은 '우리는 죄인이 아닙니다'라는 손팻말을 들고 하소연했지요. 이름난 맥줏집 여주인은 마지막 안식처 원룸을 비웠습니다. 돌려받은 보증금으로 가게 월세와 직원 월급을 주고 세상을 등졌습니다. 

한여름 코로나 음압병동에서 방호복을 껴입은 간호사가 치매 할머니와 화투그림 맞추기를 합니다. 쉴 새 없이 소독하고 겹겹이 장갑을 끼느라 헐어버린 손… 강은 자신의 물을 마시지 않고, 꽃은 자신을 위해 향기를 퍼뜨리지 않습니다. "일단,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울 어느 집 문에 마스크가 붙어 있습니다. '택배기사님 감사합니다. 마스크 하나씩 챙겨 가세요' 무엇보다 큰 힘은 착하디 착한 보통사람들 이었습니다. '코로나 검은 손에 말라가던' 3년 전 이맘때, 시인이 '꽃이 온다'고 노래했습니다. "유월의 귀인이 걸어온다. 꽃이 온다, 꽃이 와. 수심 어린 얼굴마다 마스크를 뚫고서…"

그렇듯 오늘, 유월과 함께 일상이 돌아왔습니다. 3년 넉 달, 끝날 듯 끝나지 않던 코로나의 긴 터널을 마침내 나섰습니다. 그 사이 3만4천8백넷, 고귀한 생명이 스러졌습니다. 그 백 명 중 아흔네 분이 예순 살 이상 고령층입니다. 코로나가 아니었다면 명을 누리셨을 분들입니다. 우리는 코로나의 광풍에 흔들리느라 그분들을 제대로 위로하지도, 애도하지도 못한 채 떠나보냈습니다.

오늘 우리가 되찾은 일상은 그분들의 희생에 큰 빚을 진겁니다. 꽃 한 송이 한 송이가 꽃밭을 이루듯 희망과 희망이 모이면 절망을 뚫는 힘이 됩니다. "나 하나 꽃 피어 풀밭이 달라지겠느냐고 말하지 말아라. 네가 꽃 피고 나도 꽃 피면 결국 풀밭이 온통, 꽃밭이 되는 것 아니겠느냐" 저마다 한마음 되어 고난의 세월을 뚫고 온 모든 분께 경의를 바칩니다.

6월 1일 앵커의 시선은 '다시 눈부신 유월로'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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