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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따져보니] "출소하면 어떡하라고"…피해자 정보 노출 논란

등록 2023.06.13 21:42 / 수정 2023.06.13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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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혼자 귀가하던 여성을 무차별 폭행한 이른바 '부산 돌려차기' 사건의 가해자가 어제 항소심에서 징역 20년을 선고 받았습니다. 하지만 피해자는 여전히 두려움에 떨고 있습니다. 오늘은 그 이유를 따져보겠습니다. 홍혜영 기자, 가해자가 출소한 뒤 보복을 한다고 했다는데 피해자의 신상정보를 자세히 알고 있었다고요?

[기자]
네, 피해자의 이사 간 주소는 물론이고 주민번호까지 외우고 있었다는데요. 출소 뒤에 피해자를 찾아가 보복하겠다고 했다는 증언도 나왔습니다. 

구치소 목격자 (어제)
"저한테 보여주더라고요. 그 피해자 분의 신상을 적어 놓은 노트 같은 거를 보여주면서 '나가면 난 여기 찾아갈 거다'라고 수차례 얘기를 해서 제가 그걸 기억을 해서…."

[앵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겁니까?

[기자]
피해 당시 정신을 잃은 피해자는 범죄 경위를 알아보고 싶었지만, 형사 재판에서 당사자는 검사와 피고인만 해당돼 재판기록을 볼 수 없었습니다. 민사소송을 건 뒤에서야 사건자료를 확보할 수 있었는데요. 이 과정에서 개인정보가 가해자에게 넘어간 걸로 보입니다. 민사소송법 상 소송 당사자는 소송기록을 열람하고 복사할 수 있는데, 신원을 특정하기 위해 기재해야 하는 피해자의 이름과 주소 같은 정보가 공개되는 겁니다.

[앵커]
이렇게 되면 범죄 피해자가 무서워서 어떻게 법적 대응을 합니까?

[기자]
계속 네, 민사소송 과정이나 형사 배상명령 판결문에서 피해자의 신상이 노출될 수 있다보니, 형사사건 피해자들이 가해자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걸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서혜진 / 변호사 (한국여성변호사회 인권이사)
"두려워서 아예 소송 제기를 포기하시는 분도 있었고요. 가해자가 직접 찾아가서 '이 소송을 좀 취하해주면 안 되냐' 라는 부탁을 한 적이 있거든요. 피해자 입장에서는 엄청나게 충격적인 일인 거죠. 이런 것들이 민사소송을 제기하기 어려운 현실의 장벽 같은…."

소송을 진행한 뒤 이사를 가거나 주민등록번호를 바꾸는 경우도 적지 않은데요. 주민번호 변경 제도가 도입된 지난 2017년 이후 6700건에 이르는 신청 건수 가운데 성폭력이나 가정폭력, 상해·협박 때문에 변경한 건수는 1200여건으로, 5명 중 1명 꼴입니다.

[앵커]
법을 바꿔서라도 보호를 해야지요. 그동안 법 개정 움직임은 없었습니까?

[기자]
21대 국회에서도 4건이 발의됐는데요. 소장에 신원정보를 가리도록 하거나, 소송기록 열람을 제한하고 판결문에 실명이나 실거주지를 적지 않도록 하는 내용입니다. 하지만 발의만 됐을 뿐 몇년째 논의에 진전이 없는 상태입니다.

[앵커]
다른 나라에선 어떻게 하고 있습니까?

[기자]
여러 나라들이 피해자를 보호하는 장치를 두고 있습니다. 미국은 민감한 개인정보는 일부를 지우거나 가린 뒤 제출할 수 있고, 일본에선 소송기록 중 사생활 정보는 당사자만 열람할 수 있습니다. 특히 올해부턴 성범죄나 가정폭력은 상대방에게 개인정보를 전달하지 않도록 법이 개정됐습니다. 오스트리아의 경우 피해자 개인정보는 법원에 별도로 제출합니다.

[앵커]
이런 일 하라고 국회가 있는 건데 제발 부탁드리겠습니다. 홍혜영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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