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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취재후 Talk] 중국서 비판 기사 검색하면 잡혀가나?…'중국여행 급감' 이유 전격 분석

등록 2023.06.26 17:00 / 수정 2023.06.26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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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진은 10년 전(2013년) 중국을 처음 방문했다. 대학에서 보내주는 어학연수 프로그램이었는데 1달 간 체류하면서 만리장성 등 베이징의 주요 관광 명소를 둘러봤었다. 이후 2016년 중경, 2018년 상하이와 항저우 등 수많은 지방 도시들을 여행하기도 했다.

구글 사용이 안 되어서 길을 찾는데 어려움이 있는 점을 제외하고는 큰 불편함 없이 중국 여행을 다녔고, 지금도 좋은 추억으로 남아 있다.

실제 한국과 중국은 1992년 수교 이후 민간 교류는 꾸준히 늘어났다.

중국과 수교 이후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출은 160배 이상 늘어났다. 중국은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만 해도 20년 가까이 수출 규모 순위에서 1위를 차지하며, 한국의 가장 큰 교역국이었다.

또한 중국인의 단체 한국관광도 수교 이후 꾸준히 늘어났고, 한때 명동을 비롯한 수많은 쇼핑몰에 중국인이 몰리면서 국내 화장품 업계와 쇼핑업계의 가장 큰 손이 되기도 했다.

특히 중국은 한국에서 거리만으로는 가장 가까운 나라에 속한다. 인천국제공항에서 1~2시간 이내면 중국 베이징과 상하이 등 주요 도시에 도착한다. 일본 도쿄를 가려고 해도 인천에서 2시간 20분이 걸리지만 베이징까지는 1시간 20분이면 도착한다.

유럽이나 미국 등 여러 국가와 비교해보면 적어도 거리상으로 부담 없이 다녀올 수 있는 국가가 중국이라는 사실은 틀림이 없다. 한중 수교 이후 민간 교류와 무역 규모는 꾸준히 늘어났고, 취재진도 민간 교류의 역사 가운데 한 챕터에 있었다.

■'중국 여행' 급감…코로나19 이전 대비 90% 급감

[단독]비자 제한에 反中 정서까지…올해 중국行 한국인 급감(6월 24일 보도 참조)


하지만 2023년 6월 말인 현재, 중국 여행을 가는 사람은 찾아보기가 매우 어렵다. 여행뿐만 아니라 민간 교류도 급격히 줄기 시작했다. 사드 보복과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중국에 머무는 한국 교민 수는 100만 명에서 최근 20만 명 수준으로 떨어졌다. 삼성,현대자동차 등 국내 기업들도 속속 중국에서 가동을 멈추고 떠나기 시작했다.

취재진이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실과 법무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3년 1~4월 중국으로 출국한 한국인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하면 90% 급감했다.(107만여 명→10만 여명)

중국은 해외 관광객에 대한 입국 규제를 모두 해제한 지난 3월 중순 이후 숫자만 놓고 봐도 4월 기준으로 코로나19 이전 대비 85% 급감했다.(29만 8천여 명→4만 6천여 명)

일본, 베트남 등 주변 국가들로 여행 가는 국내 관광객의 폭발적인 수요와 비교하면 대조적이다. 일본만 보더라도 올해 일본에 방문한 한국인 숫자는 2019년 이전 대비 90%에 달한다.(247만 명→208만 명)베트남, 싱가포르, 대만, 몽골 등도 코로나 이전 수준을 거의 다 회복하고 있다.

■중국행 기피 이유는? 가장 큰 이유는 '코로나19'

중국 여행을 안 가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코로나 때문이었다.

2019년 11월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최초로 코로나가 발생한 이후 2020년 1월 화난 수산물시장이 진원지가 되어 중국을 비롯한 전 세계로 빠르게 확산되었다.

한국도 오랜 시간 코로나에 대한 트라우마를 겪게 되었다. 2020년 1월 국내 첫 번째 코로나 확진자 발생 이후 확진자에 대한 동선이 시간대별로 공개되었다. 확진자가 들린 장소는 가지 않고 마스크 품귀 현상이 벌어지는 등 극심한 공포감이 퍼져 나갔다.

특히 2020년 하반기와 2021년에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이 시행되면서 밤 9시 이후 카페와 식당은 영업을 하지 못했고 저녁 6시 이후 3인 이상 모이지 못하는 웃지 못할 '촌극'도 벌어졌다.


3년 만에 코로나가 사실상 종식됐지만, 코로나로 인해 수만 명의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기 때문에 코로나에 대한 경계심이 완전히 해소된 건 아니다.

이처럼 코로나에 대한 트라우마를 경험한 국민들이 코로나 진원지인 중국에 가서 코로나에 감염되거나 건강이 더 나빠질 수 있다는 인식을 하게 되면서 중국 여행을 꺼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과거 중국을 방문했던 20대 김예원 씨는 "사건 당시 코로나가 발생했던 이미지가 뇌리에 강하게 박혀있다"면서 "아직도 찜찜한 감정이 있어서 방문을 꺼리게 됐다"고 말했다.

물론 현재 중국에 간다고 해서 코로나에 더 걸릴 위험이 높아지거나 더 아플 수 있다는 과학적인 근거는 전혀 없다.

정재훈 가천대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취재진과 통화에서 "(중국도) 지금 국내에서 유행하고 있는 것과 유사한 형태의 유형이 일어나고 있다"면서 "감염 자체의 위험성을 봤을 때도 외국이 특별히 더 위험하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과학적인 근거와는 별개로 코로나에 대한 국민들의 두려움과 걱정 등 정서적 측면을 고려한다면 아직도 중국 여행에 대한 우려가 큰 점은 사실이다.


특히 중국 당국의 코로나에 대한 불확실한 정보 제공과 방역 정책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코로나19 이전 중국을 세 차례 방문하며 중국 여행을 좋아했던 28살 안 모 씨도 "아직 코로나 때문에 위험한 것 같고 통제도 심할 것 같다는 이미지라서 혹시 갔다가 봉쇄라도 당할까봐 꺼려진다"고 말했다.

코로나가 완전히 감기처럼 인식되어지는 시기가 올 때까지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우려가 중국 여행을 막는 가장 큰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반중 정서 확산도 중국 여행에 최대 '걸림돌'

그렇다면 단순히 코로나 때문에 중국 방문하는 국민이 과거 4년 전에 비해서 10분의 1토막이 난 것일까? 코로나 다음으로 바로 반중 정서의 확산도 중국 여행을 고려하지 않는 매우 큰 이유로 작용하고 있다.

반중 정서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최근 한중 외교부 간 거칠 설전과 싱하이밍 주한 중국 대사의 발언 등을 계기로 반중 정서가 크게 확산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한미일 3국 간 공조가 급속하게 이루어지고 가까워지면서 중국과의 관계는 멀어지고 있다. 중국의 잇따른 견제성, 협박성 발언이 잇따르면서 중국에 대한 국민적 호감도가 크게 떨어졌다.

실제 미국 정치 컨설팅업체 유라시아그룹이 한국 국민 500명을 상대로 설문 조사를 진행한 결과 중국에 대한 우호적 견해는 14.8%에 불과했다. 미국에 대한 우호적 견해가 82.6%인 점과 비교하면 매우 낮은 수치이다.

국가 간 정치적 관계는 여행 수요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불과 4년 전 일본의 수출 규제 보복 조치 이후 2019년 7월 '노재팬 열풍'이 확산되면서 일본 여행 수요는 급감했다.

2019년 6월만 해도 일본으로 출국한 한국인은 57만 명에 육박했지만 8월부터 31만 명으로 떨어졌고 10월에는 20만 명까지 떨어졌다. '노재팬 운동'을 기점으로 일본 관광 수요가 60% 가까이 떨어진 셈이다.

사람들은 미디어와 여론에 민감하다. 노재팬 열풍 이후 일본 상품 불매 운동이 확산되고, 일본 여행을 가지 말자는 운동이 불었다. 그때 당시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죽창가'를 들고 나왔던 시점이었다.

당시에는 일본에 가서 사진을 찍고 인스타그램에 올리면 욕을 엄청 먹었다. 사실상 '매국' 취급을 받았다. 그래서 일본에 가더라도 주변에 알리지 않고 몰래 갔던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불과 4년 만에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 '노재팬'에서 '노차이나'로 분위기가 역전되는 모양새이다. 지금은 일본 여행을 다녀오면 자랑스럽게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올린다.

반면 중국 여행을 간 사람들은 쉽게 SNS에 올리지 못하고 있다. 블로그, 인스타그램, 페이스북을 검색만 해봐도 해시태그로 '중국 여행'을 표시한 사람을 찾기가 어렵다.

한진수 경희대 호텔경영학부 교수는 "최근 들어서 중국이 거의 적대국처럼 되어 버렸다"면서 "국가 간 선린 관계가 관광에 미치는 영향이 갈수록 더 커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비자 발급도 '또 한 번의 고비'

중국 여행을 가기 위해서는 비자 발급이 필수적이다. 비자 발급은 과거 10년 전에도 있었다. 하지만 비자 발급 자체가 여행을 가기 어려운 하나의 걸림돌이다.

지금은 가까운 나라인 몽골도 무비자 입국이 가능해졌다. 일본을 비롯해 대만, 베트남, 몽골, 싱가포르 등 가까운 주변국 모두 무비자 입국이 가능하다.

하지만 중국만큼은 무비자 입국이 불가능하다. 최근 세계적인 축구 선수인 메시도 비자 없이 중국을 방문했다가 2시간 동안 공항에서 갇히는 일도 벌어졌다.

그런데다 최근 비자 발급이 더 까다로워졌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여행업계 대표는 "과거보다 비자 발급에 걸리는 시간이 훨씬 길어졌고 비용도 더 많이 든다"고 말했다.

과거 1주일이면 나왔던 비자 발급이 최근에 짧게는 3주, 길게 한 달 넘게 걸린다.

특히 중국 비자 제도가 변경되면서 지문 인식이 필수적이라서 지문등록 절차를 거쳐야 한다. 거기에다 비자 발급에 필요한 비용도 7만원 넘게 들어 간다.

비자 발급이 까다로워지고 시간이 많이 걸리면서 중국 여행을 마음먹어도 여행 준비 과정에서 꺼려지는 게 현재의 분위기이다. 일본처럼 즉흥 여행이 불가능해져서 미리 항공편을 최소 2달 전에 예약을 하고 비자를 신청해야만 안전하게 중국을 다녀올 수 있다.

■중국인 방한 급감도 여행 수요 ↓…'항공편 구하기' 어려워

지금까지는 수요자 입장에서 중국 여행을 가지 않는 이유를 살펴봤다. 하지만 중국 여행 수요가 크게 급감한 데에는 항공편이 상대적으로 적어진 점도 크다.

중국이 한국행 단체비자 발급을 제한하면서 한국으로 오는 중국인도 역시 급감했다. 중국이 올해 자국민들이 단체여행을 할 수 있는 나라를 60개국으로 늘렸지만 한국은 대상에서 빠졌다.

항공업계 입장에서는 한국과 중국을 서로 오가는 사람이 많아야 비행기를 많이 띄울 수 있고 이익을 볼 수 있다.

한국에서 중국으로 가는 사람이 많아져도, 중국에서 한국으로 오는 사람이 없으면 항공사 입장에서는 항공편을 늘릴수록 적자가 나는 구조이다. 돌아올 때는 손님을 거의 태우지 않고 오면 수지가 맞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이같은 항공 수요 급감으로 아시아나 항공은 다음 달부터 김포-베이징 노선과 인천-시안, 인천-선전 노선 운항을 중단한다. 또 대한항공도 8월부터 김포-베이징, 인천-샤먼 노선을 중단하기로 했다.

항공 수요가 줄면 한중 간 하늘길이 좁아지게 되는 건데 이로 인해 한국인이 중국을 가고 싶어도 항공편이 없어서 가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

이는 중국행 여행 수요를 또다시 떨어뜨리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일본과는 직항 노선이 더 늘어나면서 여행 수요는 계속 증가하는 등 선순환으로 이어지는 것과 대조적이다.

원하는 시간대의 원하는 노선으로의 항공편이 없으면 여행을 가고 싶은 수요를 급격히 떨어뜨린다. 이처럼 여행 접근성이 떨어진 점도 중국행 여행 수요 감소의 원인이자 결과로 작용하고 있다.

■다음달 시행 앞둔 '반간첩법'에 대한 우려…여행 리스크 '여전'

중국에서 다음달 1일부터 반간첩법 개정안이 시행된다. 국가 안보를 해치면 누구나 처벌할 수 있는데 기준이 애매하다. 국가 안보에 반하는 행위가 어떤 것인지가 너무나도 자의적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해외에서 중국으로 들어올 때 휴대폰을 검사해 중국 당국에 대한 비방이나 욕설이 있으면 처벌될 수 있다. 또 시진핑 주석을 비판하는 기사를 검색해 저장하거나 군부대나 중요 시설을 촬영하는 행위도 반간첩법 위반이 될 수도 있다.

한국 외교부에서도 중국을 방문하는 국내 여행객들을 대상으로 반간첩법 안내 문자를 보낼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간첩법'이 실제 외국인을 대상으로 적용이 되어 처벌되는 사례가 나온다면 중국 여행 수요는 지금보다도 더 떨어질 수 있다. 사실상 양국 간 민간 교류가 거의 단절되는 최악의 상황까지 갈 수 있다.

한중은 1992년 수교 이래 민간 교류를 계속 넓혀왔다. 하지만 지금 한중 간 관계가 최악으로 흐르면서 민간 교류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신냉전 구도가 격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의 입지는 갈수록 줄고 있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 양자택일을 해야만 하는 국제정서는 더더욱 중국과의 관계를 개선할 여유와 공간을 좁게 만들고 있다. 한중 간 민간 교류에 새로운 희망과 돌파구가 잘 보이지 않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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