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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욱 앵커의시선] 정쟁은 국내에서

  • 등록: 2023.06.27 21:50

  • 수정: 2023.06.27 21:54

1950년 중국 인민해방군이 탱크를 앞세워 티베트 수도 라싸로 진격했습니다.

"우리는 평화로운 민족입니다. 바로 그것이 위대한 힘이지요"

달라이 라마가 중국군 장군을 맞은 포탈라궁에 승려들이 며칠에 걸쳐 모래로 만다라를 만들어 놓았습니다. 그 깨달음과 평화의 상징을 장군은 군홧발로 짓밟아버립니다.

"종교는 독약이야"

9년 뒤 티베트인들이 무장봉기하자 만2천 명을 학살했습니다. 시신을 사흘 동안 불태웠습니다. 6천 여 불교 사원도 거의 다 파괴했지요. 1979년까지 백20만 명이 처형, 고문, 굶주림, 자살로 숨졌다는 티베트 망명정부 통계가 있습니다.

중국은 한족을 이주시켜 자원과 개발 이권을 착취했습니다. '서남공정'으로 티베트 역사와 언어, 문화를 말살했습니다. 2009년 승려들의 유혈 시위 이래 분신으로 항거한 이가, 백 쉰아홉 명에 이릅니다.

티베트 망명정부 주일 대표부가, 티베트에 다녀온 민주당 의원들을 향해 "한국 지도자들의 무지한 발언이 티베트인과 지지자, 세계 불교계에 깊은 상처를 줬다"는 서한을 냈습니다. "중국의 선전 선동과 억압 통치 합리화에 이용당했다"고 했습니다.

도종환 의원을 단장으로 한 방중단은 중국 정부 초청으로 티베트 관광문화 국제박람회에 참석했습니다. 이재명 대표가 중국 대사관저에 찾아가 일장훈시를 듣고 난 아흐레 뒤였지요.

그런데 도 의원은 우리 취재진에게 "국내에서 무슨 안 좋은 여론이 있는지 잘 모른다. 부정 여론을 만들려는 것 아니냐"고 되레 따졌습니다. 서방 국가들이 외면한 행사에서 축사를 하고, 티베트 당 서기를 비롯한 주최 측에 허리를 굽혔습니다.

귀국해서는 "인권 탄압이 1951년, 1959년에 있었다"며 지나간 일로 치부했습니다. 그러더니 조계종이 항의하자 곧바로 사과했지요.

그는 시인입니다. "아직도 목숨을 건 싸움은 그치지 않는다"는 5·18 추모시도 발표했습니다. 동북아 역사재단이 만든 역사 지도가 "중국 동북공정 논리와 똑같다"며 발간을 막았던, 자칭 '역사 전문가' 이지요. 하지만 티베트 역사를 말살하는 서남공정은 애써 못 본 체했습니다. 모를리는 없을 터이지요.

중국은 티베트의 인권문제를 희석시키기 위해 집요하게 노력합니다. 그런데 우리 야당 의원들이 그 행사에 앞장서 들러리를 섰습니다. 그러면서 "정부와 집권당이 해야 할 일을 대신 해준 것" 이라고 했습니다.

무슨 뜻인지는 알겠습니다. 하지만 이런 일에 앞장선 걸 자랑이라고 할 순 없습니다. 더구나 국내에서 그쳐야 할 정쟁을 비행기타고 외국으로 까지 연장했다는 비판을 자인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1948년 미 공화당의 상원 외교위원장은 민주당 트루먼 정부의 외교노선을 지지하며 이 외교 명언을 남겼습니다. 한 가정의 큰소리도 담장을 넘게 하지 말라고 했는데 나랏일이야 더 말해 뭐하겠습니까? 하지만 인권과 자유, 민주라는 보편적 가치마저 헌신짝처럼 내던지는 정쟁 외교 앞에서는 그저 '쇠귀에 경 읽기' 일 뿐이지요.

6월 27일 앵커의 시선은 '정쟁은 국내에서'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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