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서울 강남구의 한 아파트에 외부인 출입을 막는 철제 울타리가 설치됐습니다. 이 때문에 이웃 주민들은 공원으로 가는 길이 막혀 불편을 안게 됐습니다. 이 울타리는 불법이라는데, 어쩌다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인지, 해결책은 없는지, 경제부 정수양 기자와 따져보겠습니다. 정 기자, 철제 펜스는 언제 왜, 설치된 겁니까?
[기자]
이 아파트의 입주가 시작된 건 지난 2019년 8월입니다. 이 아파트는 외부에 공원과 산이 맞닿아 있는데 외부인 출입으로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며 입주 직후 입주민들의 투표로 철제 펜스가 설치됐습니다. 강남구청은 2020년 1월 시정 조치 명령을 내렸지만 해당 아파트는 응하지 않았고, 결국 같은 해 5월 경찰서에 고발했습니다. 문제는 강남구청이 이 아파트의 정비사업을 승인할 때 내걸었던 조건입니다.
강남구청 관계자
"(재건축) 단지들이 또 정비 사업 계획을 제출을 하잖아요. 이걸 승인할 때 승인 조건이 개방형 건축이었다고 하네요."
아파트 내 보행로를 외부인이 자유롭게 공공통행로로 쓰게 하는 거였습니다.
[앵커]
이웃 주민까지 다 이용하도록 허가를 받고 그 조건과 달리 설치했으니, 불법이 된거죠? 그럼 벌금을 내거나 하는 처벌은 없는 겁니까?
[기자]
당시 강남구청은 펜스를 구청에 알리지 않고 무단으로 설치한 점, 개방형으로 허가받은 걸 어기고 펜스를 설치한 점을 들어 아파트를 고발했습니다. 이 결과 펜스 설치를 주도한 조합장에게는 벌금 100만 원이 선고됐습니다.
[앵커]
법 위반으로 벌금까지 냈는데, 펜스가 여전히 존재하는군요. 지자체 권한으로 철거할 순 없는 겁니까?
[기자]
강남구청이 이행강제금을 부과하거나 강제 철거를 하기 위해선 건축법 상 위반 건축물이어야 합니다. 하지만 펜스의 높이가 2미터를 넘지 않아 건축법의 적용을 받지 않으면서 이행강제금 부과와 강제 철거도 힘들게 됐습니다. 강남구청은 "자체적으로 할 수 있는 조치는 다 했다"면서 "현재 아파트 관계자와 해결을 위해 논의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결국 아파트 입주민의 선의에 기대야 하는 상황이 돼버린 겁니다.
[앵커]
사실, 아파트 내부는 주민들의 것이니 지자체나 정부 개입이 어렵기도 하겠네요.
[기자]
강남구청은 앞서 한 아파트 공공보행로에 설치한 펜스를 해체해달라며 소송을 제기했지만 패소했습니다. 재판부가 개인의 재산권이 우선한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이렇다보니 아파트 입주민들이 사유지임을 앞세워 외부인의 출입을 막아 논란이 되는 경우가 계속 발생하고 있습니다. 경기도 일부 신도시에서 택배 차량의 아파트 내부 도로 사용을 거부해 발생했던 택배 대란이나 아파트를 통행하는 외부 차량에 통행료를 부과해 논란이 됐던 서울 관악구의 한 아파트도 비슷한 경우입니다. 토지는 개인의 재산이기도 하지만 공공재의 성격도 강한 만큼, 정부와 지자체가 소극적으로 대처하면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구정우 /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
"(통로 개방) 합의를 했다 그러면 그거를 이행하도록 유도하는 게 지자체 역할이라고 생각을 하고요. 거기에 적극적으로 또 아파트 주민들이 부응을 해야 될 것이고…"
[앵커]
점점 더 폐쇄적인 환경으로 가는 현실이 안타까운데 그럴수록 개인의 재산권과 공익 사이에서 정부와 지자체의 세심한 조치가 필요해보이네요. 정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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