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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따져보니] 철근 빠진 아파트, 이유는?…전관특혜 의혹도

등록 2023.08.01 21:09 / 수정 2023.08.01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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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공교롭게도 무량판 구조가 사고 원인으로 지목이 되긴 했지만 전문가들은 무량판 구조가 문제는 아니라고 얘기합니다. 그렇다면 뭐가 문제라는 건지 좀 더 자세히 따져 보겠습니다.

홍혜영 기자, 정말 무량판 구조 자체는 안전하다고 봐야 합니까?

[기자]
네, 앞서 삼풍백화점 같은 예도 있지만 10년 전 민간헬기가 강남의 한 주상복합아파트에 충돌한 사고가 있었습니다. 이 아파트도 무량판 구조로 지어졌는데, 당시 헬기가 3개 층에 충돌하면서 7개 층의 외벽이 부서졌지만 건물은 멀쩡했습니다. 제대로 시공만 한다면 공법 자체의 문제는 없다는 겁니다.

[앵커]
무량판 구조는 억울할 수 있겠군요. 그럼 어디서 잘못된 겁니까?

[기자]
먼저 구체적인 구조를 이해할 필요가 있는데요. 벽이 천장을 받치는 벽식 구조와, 수평으로 설치한 보가 천장을 받치는 기둥식 구조 와는 달리 무량판 구조는 벽도, 보도 없습니다. 그래서 천장이 높고 리모델링이 쉬운 데다 층간 소음도 적다는 장점이 있는데요. 벽과 보가 없는 대신 이렇게 기둥과 맞닿는 부위에 철근을 촘촘하게 엮어 하중을 버티게 해야 합니다. 전문가들은 철근의 개수와 간격을 정확히 지키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하는데요. 이번에 빠진 철근이 바로 이 전단 보강근입니다.

[앵커]
그렇다면 무량판 구조에 가장 핵심적인 재료가 빠진 거잖아요. 과거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지 않았습니까?

[기자]
네, 그런데 이번에는 재료를 빼돌려 팔아 챙긴 과거 사례와는 좀 다릅니다. 철근이 누락된 LH 아파트 15개 단지 가운데 10개 단지는 설계 단계에서부터 철근이 빠져 있었고 5개 단지는 시공 과정이 미흡한 것으로 드러났는데요. 설계와 시공 단계에서 안전성보다는 경제성을 따져 철근을 뺐을 가능성이 큽니다. 이 과정에서 부실을 파악하고 바로 잡아야 할 감리도 제 역할을 하지 못했습니다. 또 설계와 구조계산, 시공 과정마다 쪼개서 하청을 주다보니 기술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고창우 / 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 회장
"오류들은 곳곳에서 생길 수 있는데 오류라는 거는 항상 체크를 해서 걸러내야 되잖아요. 그런데 그 표시가 빠졌는데 이건 보강을 해야 되지 않을까라는 의문을 가질 수 있는 사람이 없어요. 현장에는. 감리가 그 의문을 안 가져요."

[앵커]
여기에 이권 카르텔이 작용했다고 정부는 보는 거고요. LH의 전관예우를 지적하기도 하는데 실제로 문제가 됐을까요?

[기자]
네, LH 출신들이 간 회사에 설계나 감리를 맡겨서 부실 시공이 이뤄졌을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최근 5년 사이 용역 업체 9곳에 2급 이상 LH 고위간부 10명이 재취업을 한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이 가운데 8개 업체와 LH가 계약한 용역비만 2320억 원에 이릅니다. LH 공사를 하기 위해 그쪽에 근무했던 사람들을 많이 채용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간접 비용을 늘리고 공정한 기술 경쟁을 저해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안홍섭 / 군산대 건축공학과 교수
"우리나라의 경우는 기술 경쟁 구도보다는 영업에 의해서 많이 수주가 좌우가 됩니다. 설계건 감리건 시공이건 간에. 그러면 실력보다는 관계 영업 쪽에 비용이 많이 들어가다 보니까…."

[앵커]
실제로 그렇다면 전관예우로 발생한 비용과 안전을 맞바꾼 셈이군요. 무서운 일입니다. 홍혜영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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