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년의 남자 양쪽으로 노인과 청년이, 그 아래 사자와 늑대와 개가 서로 다른 방향을 바라봅니다.
왼쪽 노인은 일흔 중반이었던 거장 티치아노의 자화상입니다. 가운데는 아들, 오른쪽은 조카입니다.
세 사람 머리 위에 쓰여 있습니다.
"과거의 경험을 통해 현재에 신중하게 행동하고 미래에 경거망동하지 말라"
세 얼굴은, 과거로부터 미래로 이어지는 시간과 세대의 흐름을 말합니다.
티치아노는 과거를 살았던 노인들의 지혜에 귀기울이라고 합니다.
단편소설 '황혼의 반란'에서 노인들은, 자기 몫의 회전이 끝났는데도 회전목마를 떠나지 않는 잉여인간입니다.
정부는, 자식들이 부모를 버리는 순간 체포해 안락사 시킵니다. 탈출한 노부부가 노인들을 모아 게릴라전을 벌이다 붙잡혀 와 죽음의 주사를 놓는 요원에게 말합니다.
"너도 언젠가는 늙을 거야"
"해법은 매우 명백해보입니다. 결국, 노인 집단 자살 또는 집단 할복이 아닐까요"
이 30대 교수는 일본 고령자들이 나라에 짐이 되고 있다며 강제 안락사 같은 극단적 주장을 해왔습니다.
얼마 전 뉴욕타임스가 그의 망언을 보도하면서 일본이 들끓자 "세대교체의 은유적 표현이었다"고 발뺌했지요.
"(아들이)'왜 나이 드신 분들이 우리 미래를 결정해?' 왜 미래가 짧은 분들이 똑같이 표결을 하냐는 거죠"
김은경 민주당 혁신위원장이 중학생이던 아들로부터 들은 말이라며 공개 행사에서 불쑥 이런 말을 했습니다.
"미래가 짧은 분들" 이라고 나름 에둘러 말했지만 '살 날이 얼마 안 남은 분들' 이라는 얘기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그는 아들이 '남은 수명에 따른 비례적 투표'를 주장하더라고 했습니다. 종교, 재산과 세금, 성별, 인종에 따라 참정권을 제한했던 구시대처럼 나이에 따라 투표권을 줘야 한다는 것이지요.
이런 고려장을, 그러나 김 위원장은 "되게 합리적"이고 "참 맞는 말" 이라고 했습니다. 청년들을 만난 자리 분위기에 취한 탓인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민주당에 면면히 내려오는 노인 비하가 참 질기고 위중한 고질병으로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이 뿐만이 아니지요. 김 위원장은 선임된 직후부터 혁신 의지와 공정성을 의심받는 발언들로 설화를 일으켜 왔습니다. 급기야 두고두고 남을 말 폭탄을 터트리고서 내놓은 혁신위 입장문이 또 폭탄입니다. "어르신 폄하로 몰아가는 것은 정쟁적이고 구태적인 갈라치기 수법" 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제게는 이 시각과 대응 수법 이야말로 정쟁적이고 구태적인 갈라치기로 비칩니다. 어떤 일에 걸맞은 능력이나 분수를 가리켜 '깜냥' 이라고 하지요.
그런데 세상에는 인물 됨됨이와 그릇보다 과한 자리에 올라서 두루 민폐를 끼치는 사람이 적지 않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미래가 짧은 분들'이라는 패륜적 해코지를 하고서 뭐가 잘못인지조차 모른다면 큰 일 아닌가요?
8월 1일 앵커의 시선은 '혁신의 깜냥'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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