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이메일보내기
  • URL복사
사회

[따져보니] '테러 예고 글' 처벌할 수 있을까?

등록 2023.08.08 21:42 / 수정 2023.08.08 21:46

  • 페이스북
  • 트위터
  • 이메일보내기
  • URL복사


[앵커]
분당 백화점 흉기 난동 사건 이후 이른바 '살인 예고'들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경찰이 여러 명을 검거했지요. 그런데 처벌이 쉽지 않다고 합니다. 이유가 뭔지 따져 보겠습니다. 홍혜영 기자, 범행을 예고하는 게시글이 지금도 많이 올라옵니까?

[기자]
네, 서현역 사건 이후 급격히 늘었는데, 경찰이 파악한 이런 게시물만 200건에 이릅니다. 이 가운데 오늘 오전까지 67명이 검거됐습니다. 워낙 여기저기 올라오다보니 이렇게 지도로 범행이 예고된 장소와 시간을 알려주는 웹사이트까지 등장했는데요. 내 주변의 테러 예고 장소를 확인할 수 있고 피의자 검거 여부도 나옵니다.

[앵커]
그 지역에 사는 주민들이 입장에선 아주 불안할텐데 처벌이 안 된다니요?

[기자]
그래서 경찰은 협박죄는 물론이고 살인예비 혐의도 적극 적용하겠단 방침인데요. 살인예비죄는 최대 징역 10년형까지 가능한 중범죄입니다. 하지만 실제론 적용하기가 까다로운데요. 대상을 특정해야 하고 단순히 어떻게 하겠다를 넘어 실제로 흉기를 산다거나 폭발물을 제조하는 외적 행위가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공무집행방해 혐의에 그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앵커]
그럼 어떻게 해야 처벌할 수 있습니까?

[기자]
판례를 보면 이해가 쉬운데요.  '박사방'을 운영한 조주빈과 살해를 모의한 A씨는 범행 대상의 주소 등 개인정보를 전달하고 살해 방법을 특정한 뒤 범행 대가로 조주빈에게 돈을 보냈습니다. 실행에 옮기진 않았지만 살인예비 혐의가 인정됐습니다. 다른 판례들을 봐도 구체적인 준비 행위가 있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앵커]
함부로 처벌하는 것도 문제지만 사회 불안을 조장하는 이런 행동을 마냥 그냥 둘 수도 없는 일 아닙니까?

[기자]
맞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런 글이 공포감 조성을 넘어 실제 범죄 행위로 이어지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합니다.

배상훈 / 우석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이게 하나의 집단적으로 메아리가 돼서 누군가한테는 지금 범죄적으로 각성 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느껴지면 그게 최원종 같은 사람이 되는 거죠. '야 너 칼 들고 나가'라고 직접 말은 안 했지만 그런 걸 부추기고 고무하는 것이잖아요."

[앵커]
이런 예고 글을 테러 행위로 볼 수는 없습니까?

[기자]
국내 테러방지법은 테러행위자를 테러단체 소속으로 한정하고 있습니다. 대중을 향한 위협이나 폭력 행위도 테러로 보지 않는데요. 다른 나라의 경우 우리보다 테러를 폭넓게 규정하고 있습니다. 미국 일부 주와 영국에서는 대중의 공포를 유발하는 위협도 테러로 간주합니다. 프랑스는 정보당국이 온라인 글을 감시합니다. 우리도 검찰이 공중 협박 행위를 테러 차원으로 가중 처벌 할 수 있도록 법무부에 법령 개정을 요청했는데요. 일부에서는 표현의 자유 위축과 과잉 진압 우려가 나옵니다.

강동욱 / 동국대 법과대학 교수
"사회를 불안하게 한다는 그 표현 자체가 너무 막연한 거예요. 내가 화가 나서 고함 한 번만 질러도 사회 불안을 야기했다는 식으로 해석이 될 만한 그런 위험들이 있어서. 범행의 내용이 구체적이고 이런 경우에 한해서 예외적으로 형사적 처벌을 할 수 있는 규정을…."

[앵커]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자는 건 아니지만 선량한 보통 시민들의 안전을 지키는 건 국가에 부여된 가장 중요한 책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홍혜영 기자, 잘 들었습니다.

Copyrights ⓒ TV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제보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