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품종개량 등 대책 시급"
[앵커]
기후 변화, 기후 위기 어느새 익숙한 화두가 됐는데요. 오늘은 기후 변화가 우리의 먹거리를 어떻게 바꿔놓을지 살펴봤습니다. 사과의 주산지로, 경북지역을 떠올리실까요. 이제 강원도도 그 대열에 합류하고 있습니다. 한반도 기온이 매해 오르고 있기 때문인데요. 고랭지 여름배추는 아예 우리 식탁에서 사라질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도 나옵니다.
기후 변화가 식탁에 어떤 위기를 가져오고 있는지, 곽승한, 주원진 두 기자가 차례로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귀농 20년차 농사꾼 최상철 씨는 7년 전부터 감자 농사를 접고 사과 재배를 시작했습니다.
기후변화로 4~10월 철원지역의 평균기온이 15도를 웃돌면서 사과 재배 최적지로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최상철 / 사과농장주
"10여 년 전에 사실 그 철원군이 너무 추워서 사과를 재배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었어요."
5km 떨어진 다른 농가에서도 철원 오대쌀을 키우던 논에 사과나무 밭이 들어섰습니다.
이양수 / 사과농장주
"남쪽보다 냉해 피해가 덜하고. 기후변화에 의해서 도리어 더 좋은 조건을 갖고 있다고 보고 있어요."
철원을 비롯한 강원도내 사과 재배 면적은 1630㏊로, 10년 전에 비해 4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과거 사과 주산지였던 대구 경북에선 파파야와 망고 등 아열대 과일 전문 재배단지가 잇달아 조성됐지만, 최근 아열대 기후를 웃도는 극한 폭염이 이어지면서 되려 변수로 등장했습니다.
황순곤 / 파파야 농장주
"열대작물도 너무 고온 현상이 발생하니까 기공이 열려서 성장하는데 장애도 있고요."
이렇게 주산지를 바꿔놓을 정도로 기후변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토종 농산물도 위기에 처했습니다.
극한기후를 배겨내지 못해 무름병이 확산되고 있는 고랭지 여름배추 현장을 주원진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강원도 삼척시 고랭지 배추밭입니다.
해발 800m가 넘는 곳이라 배추가 자라는데 적합한 곳이었지만, 이렇게 무름병과 선충병이 번져 절반 가량은 이미 수확을 포기해야 하는 상태입니다.
잎이 누렇게 변하고 속이 짓무르는 무름병에 걸린 배추 온도를 재어보니, 오전 10시부터 생육이 어려워지는 28도를 기록합니다.
이동열 / 강원 삼척시 (농장 주인)
"한 3년 전부터는 고랭지 개념이 없어졌죠. 여기에 기온 상승으로 인해서 모든 병들이 계속 늘어나고 번지고 하는 추세죠."
이상고온 여파로 강원도 고랭지 배추밭도 20년 전 절반 수준으로 줄었는데, 현 추세대로라면 휴전선 이남에서 고랭지 재배가 가능한 땅이 사라질 수 있단 전망도 나옵니다.
고형래 / 농촌진흥청 연구사
"작물마다 최적의 생육 온도 범위가 있습니다. (이상 기후로) 고랭지 배추의 생산에도 큰 차질을 빚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최근 한반도 주변 바닷물 온도가 28도를 웃도는 고수온 현상까지 겹치면서, 연근해 어종에도 이상현상이 감지되는 상황.
박준식 / 강원 강릉시 (어선 선장)
"(안 잡힌 지) 5년? 5년 넘었지 지금 오징어 없어. 없어. 바다도 지금 메말랐다고"
기상 전문가들은 올 여름에만 최고기온이 33도 이상인 폭염일수가 이미 13일을 넘어선 만큼, 기후변화에 적응할 새 품종 개발 등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TV조선 주원진, 곽승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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