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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문화

[박소영의 닮고 싶은 책] 수학의 승리, 인간성의 위기…'지식의 기초'

등록 2023.09.18 16:04 / 수정 2023.09.18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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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테 제공

기원전 6세기, 피타고라스는 말했다. "모든 것은, 존재하는 한, 수다." 이 금언은 이후 권위를 잃은 적이 없는 듯하다. 오늘날에도 수학이라는 이름은 즉각 합리성과 연결되며, 모든 확실한 것은 계산하거나 측정할 수 있는 것뿐이라는 믿음이 팽배하다. 요컨대 수학적 사유는 근대적 사고를 지탱하는 힘이자 원동력이다.

'지식의 기초'를 쓴 저자 데이비드 니런버그와 리카도 니런버그에 따르면 그러나, 수학적 사유에 대한 맹목적 신봉은 폭력과 다르지 않다. "동일성이라는 논리만 따라가면 이 세계와 인간 안에 존재하는, 이 규칙을 따르지 않는 모든 것을 거부하게 되"기 때문이다.

저자들은 수학으로 대표되는 동일성 사유가 인간의 활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모든 영역에 수학적 방법론을 적용하면서 우리가 잃은 것은 없는지 질문하고자 한다.

이들은 독일 역사학자 오스발트 슈펭글러의 주장을 들고 온다. 슈펭글러는 '이성의 독재'가 제1차 세계대전과 같은 위기를 초래했다며, "정확한 과학, 변증법, 논증, 인과관계를 향한 숭배"를 배척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서구 몰락의 원인이 수학에 있다고 본 것이다.

반대편에는 물론 프레게와 러셀처럼 수를 신뢰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이성의 부족이 곧 고난의 이유라고 생각했다.

저자들은 그러나 '동일성'(확실성)도 '차이'(확실성에 대한 해방)도 완벽한 원리는 될 수 없다고 강조한다.

"과학과 시스템의 가치, 생활 규칙과 사유법칙의 가치를 인정하는 한편, 이 규칙들이 인간이라는 바다의 깊은 의미를 아직은 파헤치지 못한다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

수학자인 아버지 리카도 니런버그와 역사학자이자 사상가인 아들 데이비드 니런버그가 3000년에 걸친 서양 동일성 사유의 역사를 추적한 책. 철학과 수학, 문학과 사회과학을 오가며 방대한 내용을 다루는 탓에 읽기가 쉽지만은 않다. 그러나 때마다 등장하는 설명과 비유가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책을 읽기 전이라면 우리가 지식의 기초를 알아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의문이 생길 수 있다. 그러나 지식에 대한 지식을 탐구하는 것이 세상을 더 깊이 이해하는 방식임을 머지 않아 깨닫게 될 것이다. 인류를 둘러싼 상황을 바꾸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꿈, 시뿐만 아니라 과학에서도" 배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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