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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신동욱 앵커의 시선] 그 많던 피자는 누가 다 먹었을까

등록 2023.09.18 21:51 / 수정 2023.09.18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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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부회장님은 직원들에게 늘 피자 선물해서 피자 CEO… ('네') 그런 별명이 있지요?"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두 달 만에 기업인들을 만나 피자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구본준 당시 LG 부회장처럼 직원 사기를 높이겠다며 김동연 경제부총리에게 약속했지요.

"부동산 가격을 잡아주면 피자 한 판씩 쏘겠습니다."

그 다음 달,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내년 4월까지 시간을 드릴 테니 집을 팔아라"고 대국민 으름장을 놓자, 또 이렇게 거들었습니다.

"더 강력한 대책도 주머니 속에 많이 넣어두고 있다…" 

연말에 문 대통령은 기재부에 피자 삼백쉰 판을 쐈습니다. 그런데 그건 예산안 마련하느라 고생했다며 돌린 피자였지요. 그 뒤로도 몇 군데 피자나 피자 값을 보냈지만 '집값 피자 공약 1호'는 끝내 지키지 못했습니다. 집값이 잡힌다며 거듭 자랑했는데 말이지요. 

"부동산 가격이 안정화되고 있습니다. 부동산 시장은 상당히 안정이… 주택시장이 안정화되고…"

알고 보니 문 정부 청와대는 엉뚱한 데다 피자를 걸었던 모양입니다. 관료들을 수시로 불러 닦달하면서 서울 집값 지도에 파란색 하락 표시가 뜨면 피자를 쏜다고 했다는 증언들이 나왔다니 말입니다.

반대로 빨간색 상승 표시 일색이면 공포 분위기 였다고 합니다. '제대로 조사한 것 맞느냐, 예산과 조직을 날려버리겠다'고 윽박질렀다는 것이지요. 그런 식으로 집값 통계를 조작한 게 적어도 아흔네 차례 였다고 합니다.

문 대통령이 집값 잡혔다고 공언하면서도 정작, 피자를 쏘지 못한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습니다. 하긴 국책 조사기관의 통계를 믿었던 국민이 또 얼마나 되겠습니까. 민간 은행 통계하고 서른여덟 배까지 차이가 났으니 말입니다.

집값뿐 아니라 광범위한 경제 통계 조작이 벌어졌다는 감사 결과가 나오자, 문 전 대통령이 못 참고 또 나섰습니다. 집값은 한마디도 안 한 채 '문 정부 고용률이 사상 최고였다'는 최근 민간 연구소 보고서를 올렸지요.

그런데 작성자인 연구소 이사장이, 소득주도 성장 특별위원장을 지냈던 당사자였습니다. 보고서 지표와 논리 역시 문 정부 청와대 주장과 판박이입니다. 전직 대통령의 걸고 넘어지기가 이쯤이면 안쓰럽다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문 정부 초대 통계청장은 조기 경질돼 울먹이면서 "내가 말을 잘 들은 편이 아니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후임 청장은 이렇게 말했지요.

"좋은 통계를 만드는 것으로 보답하겠습니다."

결국 그 말이 '나쁜 통계 안 만들겠다'는 뜻이었다는 사실을 이제서야 정확히 알게 됐습니다. 정부가 통계를 주무르다 망조가 든 나라가 한둘이 아닙니다. 그러나 먼 나라 얘기 인 줄로만 알았지요. 물론 본인들이 펄쩍 뛰니 일단은 믿어보겠습니다. 하지만 잠시라도 우리가 그런 나라에서 살았다고 생각하니 온 몸에 오물을 뒤집어쓴 기분을 떨치기 어렵습니다.

9월 18일 앵커의 시선은 '그 많던 피자는 누가 다 먹었을까'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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