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때만 되면 나오는 얘기지만,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선 또다시 출판기념회가 봇물을 이루고 있습니다. 국정감사를 앞두고 있어서 피감기관을 상대로 한 사실상의 모금 행사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는데, 정말 그런지 따져 보겠습니다.
홍혜영 기자, 국회의원 출판기념회 일정이 많이 잡혔습니까?
[기자]
네, 특히 이번 달에 몰려 있는데요. 지난 9일 민주당 전재수 의원에 이어 지난주 강선우 전혜숙 이용우 의원이 출판기념회를 가졌고 토요일에는 김주영, 홍기원 의원이 열었습니다. 내일도 김정호 의원이 예정돼 있습니다. 공교롭게도 민주당 의원이 많았는데, 국민의힘도 내년 총선 출마자들을 중심으로 개최 움직임이 일자, 윤재옥 원내대표가 어제 소속 의원들에게 출판기념회 자제령을 내리기도 했습니다.
[앵커]
선거 앞둔 출판 기념회는 이해가 되는데 국감 앞두고 출판기념회를 여는 것도 의심할 대목이 있나요?
[기자]
네, 지난 2004년 정치자금법이 개정되면서 정치후원금은 연간 한도가 생겼습니다. 또 영수증 발행 등 지출 내역을 공개해야 하는데요. 그에 비해 출판기념회는 선거 90일 전에만 금지될 뿐, 모금액 제한도, 공개할 의무도 없습니다. 과세 대상도 아닌 데다 꼬리표가 붙지 않는 돈이라 추적도 어렵습니다. 그러다 보니 우회적인 모금 창구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겁니다.
[앵커]
그렇긴 하군요. 책값은 대개 얼마씩 합니까?
[기자]
서점에서 파는 정가와는 차이가 크다고 합니다. 봉투에 후원금을 넣고 책은 알아서 가져가는 구조인데요. 노웅래 의원은 검찰 압수수색 때 집에서 현금 3억 원이 나오자 "출판기념회에서 받은 돈"이라고 해명했습니다. 특히 국감을 앞둔 피감기관 입장에선 책을 안 살 수가 없다는 게 문젭니다.
김형준 / 명지대학교 특임교수(前 한국선거학회장)
"상임위원회의 관련 단체들이 와서 책을 사게 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되기 때문에 보이지 않게 탈법적인 후원금 모금 수단으로 될 가능성도 있고요. 이런 게 이제 이해충돌에 걸릴 수 있는 거죠."
[앵커]
문제가 많다면 국회 스스로 법을 개정하려는 노력은 없었습니까?
[기자]
있긴 있었습니다. 2014년 당시 일부 의원의 뇌물 수수 논란이 커지자 여야 모두 법안을 냈습니다. 책을 정가에 팔고 신고하도록 하는 내용인데요. 2018년에도 관련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모두 상임위에서 제대로 논의조차 안 된 채 폐기됐습니다. 그나마도 2018년이 마지막이었고, 21대 국회에서는 법안 발의가 단 한 차례도 없었습니다.
[앵커]
그러나 한편으론 우리 정치 후원금 제도가 현실에 맞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이런 편법이 나온다는 지적도 있지요?
[기자]
네, 하지만 전문가들은 투명하게 운용되지 않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합니다. 미국은 후원금 한도를 두지 않는 대신 50달러만 넘어도 출처를 자세히 신고해야 하고, 쓴 돈이 200달러를 넘으면 지출 대상의 서명까지 받아야 합니다.
엄기홍 / 경북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그 사람들이 누구인지, 쓸 때도 어디에 쓰는지가 명확하게 밝혀지는 그것도 선거 전에 밝혀져야 유권자가 보고 판단할 수가 있잖아요. 그래서 그런 투명성이 강화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이 듭니다."
[앵커]
투명하게 후원을 받아서 투명하게 쓸 수 있도록 법을 고치면 된다, 그런데 법을 만드는 사람들의 문제여서 참 쉽지가 않습니다.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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