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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신동욱 앵커의 시선] 국민의 매운맛

등록 2023.09.26 22:54 / 수정 2023.09.26 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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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두 가지야. 전갈과 개구리처럼"

복면을 쓴 채 결박 당한 남자는 영국의 흑인 병사입니다. 아일랜드 무장조직 IRA에게 납치돼 인질이 됐지요. 그가 자신을 감시하는 조직원에게 우화를 들려줍니다. 

"전갈이 강을 건너고 싶었지만 수영을 못해 개구리에게 부탁했지"

전갈은 개구리 등에 타고 강을 건너다 갑자기 독침을 찔렀습니다.

개구리가 죽어가며 "너도 물에 빠져 죽을 텐데 왜?" 라고 원망하자 전갈이 말했지요.

"이게 내 본성이거든"

족제비 꼬리 털을 종이에 싸서 굴뚝 밑에 묻어뒀다가 만든 붓이 명품 황모필(黃毛筆) 입니다.

하지만 개 꼬리 3년 묻어도 황모는 못 되지요. '기름 먹어 본 개'는 그 맛을 못 잊어 자꾸 기름을 찾습니다.

하지만 꼬리가 길면 결국 밟히는 법입니다. 아무리 순진한 개구리라도 속는 건 한 두 번이지요.

일본이 후쿠시마 오염수를 방류한 지 엊그제 한 달이 됐습니다. 그런데 그렇게나 격렬하게 반대하던 민주당 의원들은 다 어디로 갔습니까? 그들 표현대로라면 우물에 독극물을 풀어 넣었는데 벌써 이렇게 잠잠해 질 수가 있나요?

이재명 대표가 단식에 들어가며 내건 3대 요구사항의 하나였는데 닷새째부터 언급이 확연히 줄었습니다. 열흘쯤부터는 당 지도부도 메시지를 거의 내지 않았고요. 지난 9일 오염수 집회 참석자가 방류 직후 집회의 3분의1, 2천 명으로 쪼그라든 뒤 집회도 열지 않았습니다. 단식 정국 탓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국민 반응이 차갑습니다.

서울 노량진 수산시장만 해도 주말 방문 차량이 방류 직후 급증하더니 엊그제 최고치를 찍었습니다. 소매 매출도 13퍼센트가 늘었다지요. 일부 환경단체가 일본 제품 불매를 외쳐보지만 역시 호응이 없습니다. 진실을 알려면 괴담의 진원지를 보면 됩니다.

광우병 사태 때 '뇌 송송 구멍 탁' 이라는 미국 쇠고기에 정작 미국 사람들은 꿈쩍도 안 했으니까요. 그랬듯 지난주 일본 조사에서 열에 여덟이 후쿠시마 수산물에 대해 '안심한다'고 했습니다. 판매 단가도 오히려 올랐다고 합니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일본 수산물 수입을 전면 금지한 중국조차 홋카이도 해역으로 어선들을 더 많이 보내고 있습니다. 잡은 수산물은 물론 중국인 입으로 들어갑니다. 하긴 이 대표부터 오염수가 방류된 뒤 규탄대회를 열면서 횟집을 즐겼으니 더 말해 무엇하겠습니까.

호재를 만났다 싶으면 여기 떴다 저기 떴다 재미를 보곤 하던 '괴담의 떴다방'이 이번엔 소리 소문도 없이 슬그머니 사라졌습니다.

"윤석열 정권에게 국민의 매운맛을 보여주자"던 민주당이 되레 현명한 국민의 매운맛을 단단히 본건 아닐까요? 저 역시 맛있는 우리 수산물 열심히 먹을 겁니다.

9월 26일 앵커의 시선은 '국민의 매운맛'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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