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진단] '김영란법' 환영하는 국회의원들…왜?
김진화 기자 최현묵 기자 | 2016.07.29 20:55
[앵커]
헌재의 결정에 따라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법의 시행이 9월 28일부터 시행됩니다. 그런데 이 법이 워낙 포괄적이고, 여전히 논란이 많아서 최현묵 TV조선 경제부 차장, 김경화 기자와 깊이 있는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먼저 김경화 기자, 국회의원 예외 조항이 가장 논란이 큰 것 같은데, 일단 사실관계부터 짚어보죠.
[기자]
네, 김영란법 소관 상임위인 정무위가 오늘 보도자료까지 내고 “국회의원도 김영란법의 대상”이라고 해명하고 나섰습니다. 김영란법은 부정청탁과 관련해 15가지 유형을 열거하는 입법 형식을 채택했습니다. 인허가 인사 예산 포상 수사 병역 단속 등에 대해 부정청탁을 받지 못하도록 한 건데요, 국회의원도 당연히 이에 해당할 경우 처벌을 받습니다. 3만원 이상 식사, 5만원 이상 선물, 10만원 이상 경조사비를 받을 수 없는 것도 같습니다.
그런데 국회 심사 과정에서 국회의원의 경우는 “공익적인 목적으로 제3자의 고충민원을 전달하는 행위“는 명시적으로 허용하는 문구를 추가했습니다. 정부원안에는 없던 조항입니다. 국회의원들이 법안을 심사하면서 자신들과 관련된 조항을 끼워넣은 건데요. 공익적인 목적이 뭐냐, 해석의 여지가 있는 조항이라서 다른 적용대상과 달리 유독 국회의원은 ‘빠져나갈 구멍’이 있다는 겁니다.
[앵커]
안철수 전 국민의당 전 대표를 포함해서 국회에서 일부 자성론도 나오는 것 같은데, 후속조치가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까.
[기자]
네,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가 국회의원도 포함돼야 한다는 주장을 즉각 내놨고, 정의당 심상정 대표와 노회찬 원내대표도 같은 입장을 밝혔습니다. 물론 이들도 김영란법 자체에는 찬성하지만, 일부 개정이 필요하다는 건데요. 정의당은 정책위 차원에서 국회의원 특례 조항을 없애는 것과, 이해충돌방지법을 부활시키는 안을 검토 중입니다. 김영란법 원안에 있다가 삭제된 이해충돌방지법은 공직자가 사적인 이해관계를 갖는 직무를 수행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입니다. 국민의당은 아직 당 차원의 법 개정을 검토하고 있진 않고, 안철수 전 대표가 개인적으로 개정안을 준비 중입니다.
[앵커]
최현묵 차장, 여러 업계가 비상이 걸렸지만 그 중에서도 농민들과 음식점 업계의 반발과 상심이 큰데요. 어느 정돕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농축산업계는 한우 선물세트의 거의 대부분이 김영란법에서 선물의 상한액으로 정한 5만원 이상이어서 ‘폐업을 하란 말이냐’며 하소연하고 있습니다. 축산업계에선 값싼 수입쇠고기가 한우를 대신할 거란 위기감이 높습니다. 식당의 경우도 유서깊은 한정식 집이 문을 닫는 등 비상입니다. 사회를 깨끗하게 만들자는 법 취지에는 대부분의 국민이 공감하지만, 법 시행의 피해가 특정 산업 분야에 미치는 점, 특히 그 대상이 먹고 살기 힘든 서민들이란 점이 딜레마입니다.
[앵커]
최현묵 차장, 그렇다면 김영란법이 실물경제에 미칠 충격파는 어느 정도로 예상하십니까?
[기자]
메가톤급은 아니지만 경제가 휘청거릴 정도의 피해가 예상됩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연간 11조6000억원의 경제적 손실을 내다보고 있습니다. 이는 우리 GDP의 0.7%에 해당합니다. 업종 별로는 음식업이 8조5000억원으로 가장 타격이 크고, 골프장 1조1000억원, 소비재·유통업(선물)이 2조원 정돕니다.
[앵커]
어떻게 보면 농민과 자영업자 눈치를 봐야 할 정치권이 가장 민감하게 반대할 수도 있는데, 기본적으로 정치권은 환영입장입니다. 그럼에도 김영란법이 국민들의 지지를 받는 이유는 뭡니까.
[기자]
경제부총리까지 나서서 김영란법으로 인해 11조 가량의 경제적 손실이 예상된다고 합니다. 김영란법 찬성론자들은 다른 말로 하면, 이른바 '청탁'으로 그만큼 경기를 억지로 끌어올린다는 얘기냐고 반박합니다. "부정부패로 성장한 내수라면, 김영란법으로 침체돼도 어쩔 수 없다"는 거죠. "한우갈비세트 선물은 불가능해진다"는 식의 주장은, 국민 다수의 정서, 현실과는 동떨어져 있습니다. 김영란법 여파로 유서 깊은 한식당이 문을 닫았다는 게 화제가 되는데, 그렇다면 매일같이 수없이 폐업하는 소상공인들, 조그만 밥집 치킨집 사장님들을 위해 정치권이 무엇을 했느냐 이런 반문이 나옵니다. 한우선물세트 받아보지 못한 대다수 국민들, 한 사람에 10만원짜리 한식당이 허황되다고 생각하는 다수 국민들은 법 제정 필요성을 강하게 느꼈을 겁니다.
[앵커]
법의 장점은 살리되 경제에 미칠 파장은 최소화하는 지혜가 필요해 보이는데요?
[기자]
그렇습니다. 우리나라의 부정부패는 선진국이라고 하기엔 부끄러운 수준입니다. 김영란법이 일종의 충격요법으로 사회 전체의 청렴도를 높이는 계기가 돼야 합니다. 동시에 농어민과 자영업자에 편중된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법에 저촉되는 액수의 상향 조정 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농림부와 해수부 등 정부 내에서도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하지만 장기적으론 경제에 플러스가 된다는 전망도 있죠?
[기자]
부정부패가 줄어들면 돈없고 빽없는 기업도 제품과 서비스의 경쟁력만으로 선택을 받게 되고, 이는 사회 전체적인 효율성을 높여 경제성장에 도움이 된다는 겁니다. 실제 현대경제연구원은 우리나라의 청렴도가 OECD 평균 수준 만큼만 높아져도 성장률이 0.65%포인트 상승한다고 분석했습니다.
[앵커]
민간분야에서는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원이 포함됐는데, 법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법 적용 대상을 더 확대시켜야 하는 것 아닙니까.
[기자]
네, 부정부패를 뿌리 뽑고 사회 전체의 윤리 의식을 업그레이드 하기 위해서 논란과 혼란을 감수하고 김영란법이라는 충격타를 선택한 건데요, 사실 공기업 직원이나 언론인만큼 공공성이 강하고 국민 생활과 밀접한 금융, 법조, 의료, 방위사업계나 시민단체도 김영란법 적용대상이 돼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앞서 지적한 국회의원 예외 조항도 그렇고요. 법 시행 후 경과에 따라 필연적으로 개정 작업이 뒤따를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두 분 말씀 잘 들었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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