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 포커스] "열면 터진다" 운전기사의 입

김수홍 기자 | 2016.11.28 20:03

[앵커]
정치인이나 고위 공직자, 기업인 소위 힘 깨나 쓴다는 인사들도 꼼짝 못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좁은 차안에서 권력자의 모든 것을 보고 듣는 운전기삽니다. 이들이 입을 열면, 상전 노릇 하던 사람도 한순간에 날아가기 일쑵니다. 운전기사에게 잘 대해줘라, 아니면 무인차가 나오길 기다려라, 이런 우스갯소리 나올 정도인데요. 오늘 판에선 굵직한 사건의 흐름을 바꿔놓은 운전기사들의 입에 포커스를 맞춰봅니다.

 

[리포트]
1997년, 수능이 끝난 뒤, 최순득의 남편, 장석칠이 연세대로 갑니다.

조모씨 / 전 최순득 운전기사
"한 두 어번 갔는데... 거기서 차 대놓고 나는 저쪽에서 있으니까, 나오더라고 그 사람이"

시간은 오전 5시쯤, 꼭두새벽에 누굴 만날까.

조모씨 / 전 최순득 운전기사
"'어이 뭐 급하게 날아왔어' 반말을 하더라고, 그러니까 둘이 친하니까 반말을 하는 거겠지"

딸 장시호는 고교 시절 꼴찌, 수능도 엉망이었습니다.

조모씨 / 전 최순득 운전기사
"갈 대학이 안되잖아 찍어도 그 점수는 나오는데"

장시호의 연대 특혜입학 의혹에 힘을 보태는 증언입니다.

운전기사 조씨는 최순득이 경찰, 방송국 고위직들과 친분을 유지하며 영향력을 행사했다고도 말합니다.

조모씨 / 전 최순득 운전기사
"야, OO야 뭐 좀 틀어라 하면 방송을 틀잖아 그러면 전화를 해요, 그러면 전화를 받아"

앞서 최순실 일가를 17년 동안 태우고 다닌 운전기사 김모씨의 폭로도 나왔습니다.

최순실 일가족이 1998년부터 박근혜 대통령의 선거자금을 지원했고,

김모씨 / 최순실 일가 운전기사
"딸 넷(최순실 자매)하고 내(최순실 모친 임선이)까지 해서 5천만 원씩 내서 2억 5천만원인데 네가 잘 가지고 내려가라고."

대통령과 최순실의 관계를 극단적으로 드러내는 뒷이야기도 밝혔습니다.

김모씨 / 최순실 일가 운전기사
"'엄마, 엄마, 자기(박 대통령)가 아직 공주인 줄 아나봐'라고 말하더라. 뭔가 자꾸 (박 대통령이 최씨에게) 이상한 것을 부탁한 모양이더라"

실과 바늘처럼 권력자와 함께하는 운전기사, 많은 걸 보고, 많은 걸 듣습니다.

지난해 고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남긴 메모엔 국무총리의 이름도 적혀있었습니다.

이완구 전 총리는 무혐의 입증을 자신했습니다.

이완구 / 전 국무총리
"돈을 받은 증거가 나오면 제 목숨을 내놓겠습니다"

하지만 운전기사의 증언으로 국면이 바뀝니다. 성 전 회장 운전기사는 돈 주는 걸 봤다고 했고, 이 전 총리 운전기사는 두 사람이 독대한 정확한 날짜까지 증언합니다.

윤모씨 / 전 이완구 총리 운전기사
"돈다발을 보진 못했고, (제가 증언한) 나머지 부분은 다 사실입니다."

박상은 전 의원의 운전기사는 차에서 발견된 뭉칫돈 3000만원을 검찰에 넘겼고, 결국 박 전 의원은 징역 6개월,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습니다.

김모씨 / 박상은 의원 운전기사(재작년 6월)
"아는 사람들은 다 알기 때문에. (내가) 얘기를 안해도 자동적으로 이게 나오게 돼있어요"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의 금품수수를 밝혀낸 것은, 브로커의 운전기사가 찍어둔 돈다발 사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아들, 홍걸씨를 구속까지 몰고간 '최규선 게이트'도 최씨 운전기사의 폭로에서 시작됐습니다.

힘 있는 자들은 때로 운전기사를 무시하고, 갑질을 하지만,

김만식 / 몽고식품 전 명예회장
"야, 임마, 가다가도 묻고, XX 하나라도 물어 임마, 싸가지 없는 XX야."

운전기사가 입을 열면, 곧 이렇게 됩니다.

김만식 / 몽고식품 전 명예회장
"당사자분께 진심으로 머리 숙여 사과드립니다."

최순득 역시, 운전기사들을 상당히 하대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최순득 지인
"운전수가 밥값이 좀 비싼 걸 먹었나봐 그랬더니 XX놈 어디서 비싼 걸 X먹냐고"

늘 묵묵히 함께하는 운전기사, 가장 무서운 진실의 목격자가 되기도 합니다.

판 포커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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