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 포커스] '택시기사 폭행' 공포의 13분, 보호벽은 왜 없을까?

김수홍 기자 윤수영 기자 | 2017.05.22 20:15

[앵커]
강변북로에서 시속 100㎞로 달리고 있는 한 택시의 블랙박스 영상입니다. 그런데, 갑자기 방향을 틀더니, 가드레일을 들이 받습니다. 기사의 잘못이 아닙니다. 만취한 승객이 난동을 부린 건데요, 이렇게 운행 중 기사들이 폭행 당하는 일이 매년 3천 건 넘습니다. 아차하면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는데, 막을 방법은 없는지, 판 포커스에서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황금연휴의 홍대앞 먹자 골목, 한 남성이 택시에 탑니다. "어디 가시는데?" "구리시요" "구리? 타요" "따블" 승객은 앉자마자 욕을 뱉기 시작.

조모씨 / 택시승객
"XX XX들 때문에 X될 뻔 했어요."

계속 횡설수설입니다.

"아니 그러니깐 공갈. 친한 애들 때문에. 중국애들이 조작했거든요? 그것 때문에"

강변북로에서 갑자기 안전띠를 풀더니 잠시 뒤,

이모씨 / 택시기사
"(털컥) 안 돼 안 돼 안 돼!"

시속 100㎞로 달리는 차의 문을 열어 버립니다.

"문 닫어 빨리!" "죽여버릴 거야. 이 개XX들" 

택시안 공포의 13분,

조모씨 / 택시승객
"화나는 건 주체 못하잖아요. 봐봐요. 봐봐요."

결국엔…. 

조모씨 / 택시승객
"거짓말 치는 XX들 XX 죽여야돼" "끼이익! 쾅!"

달리는 차의 운전대를 잡아돌린 승객. 결국 차가 길옆 풀숲에 쳐박힙니다.

뚫려버린 가드레일, 쓰러진 가로수, 하마터면 낭떠러지를 넘어, 한강으로 추락할 수도 있었습니다. 택시 기사가 속도를 늦추고 있던 상태라 다행히 인명 피해가 없었습니다.

석동수 / 성동경찰서 교통범죄 수사팀장
"사고가 날 것 같아서 하위차로로 택시를 운전하던 중에 그런 일이 발생한 겁니다. 2.3 차로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으면 대형 큰 참사가 일어날 수도 있을 거라는…."

승객은 19살, 조모씨. 만취 상태였습니다. 

"조 씨는 조수석에서 나와 3.5m 난간 아래로 뛰어내린 뒤 도주했습니다."

운전자 폭행은 2차, 3차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중범죄입니다.

택시기사
"어? 내가 죽었나 이런 생각도 솔직히 했어요. 그리고 이렇게 보니깐 걔도 움직이고 있고 피도 안나고. 정신 차리고 경찰서에 112에 신고를 먼저 했죠."

이런 폭행으로부터 택시 기사를 보호하는 방법은 없을까. 미국 일본 등은 택시에 의무적으로 보호벽을 설치해야 합니다. 우리나라도 시내버스엔 2006년 보호벽 설치가 의무화됐지만, 택시는 시범사업 단계에서 무산됐습니다.

"3년전 시범적으로 가림막을 설치했던 한 택시업체입니다. 1대를 제외하고 모두 해체했고 그 한 대도 이렇게 작은 가림막만 남았습니다."

서울시가 택시 기사를 상대로 조사를 해봤더니, 밀폐된 공간이 답답하다, 승객과 소통하기 불편하다는 등 설치에 거부감을 표시한 의견이 절반에 달했던 겁니다.

박대범 / 택시기사
"안전운전에 저해가 되고 특히 후진시에는 아주 문제가 많습니다. 그리고 8시간 이상 근무를 하다보니 매일 스트레스를 받아요."

대당 30~40만원에 달하는 비용도 부담이었습니다.

송양섭 / 택시운수업체 노조위원장
"서울 시내 택시가 전부 해주고 또 전국 규모로 되면 좋은데 그것이 안되니까 이걸 우리 회사만 설치하고 다니다 떼는 중이에요."

택시 기사를 승객 폭행으로부터 보호하는 게 우선일지, 택시 기사의 편안한 운전을 보장해주는 게 우선일지, 깊은 고민이 필요해 보입니다.

판 포커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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