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욱 앵커의 시선] 방관자 트럼프, 묵묵부답 청와대

신동욱 기자 | 2019.07.29 21:48

"한국인은 북이든 남이든 감정적으로 충동적인 사람들이다."

1972년 중국을 방문한 닉슨 대통령이 저우언라이 총리에게 한 말입니다. 한국인이 호전적이고 골치 아픈 존재니까 잘 관리해야 한다는 얘기였지요. 한 해 앞서 은밀히 중국에 들어간 키신저 국무장관은 저우언라이가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하자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미-중 관계가 발전하고 닉슨이 재선되면 임기 말쯤 미군 일부가 철수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미군 2만명을 빼낸 닉슨이 추가로 철수시킬 거라고 언급한 겁니다. 그렇듯 닉슨은 미-중 수교에 전력을 기울였고, 죽의 장막을 연 외교 치적을 앞세워 그 해 말 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했습니다. 당시 닉슨의 한국인 비하 발언을 비롯한 미-중 대화록은 30년 뒤 비밀에서 해제, 공개되면서 우리에게 충격을 안겼습니다.

그나마 우리가 못 듣는 자리에서 은밀하게 오간 이야기였던 데 비하면, 지금 트럼프 대통령의 한반도 언급은 너무나 노골적이고 직설적입니다.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이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에겐 심각한 문제가 아니냐는 질문에 트럼프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그(김정은)는 (미사일 발사가) 미국에 대한 경고라고 하지 않았습니다 그들 양측(남북한)은 분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그들은 오랫동안 그래 왔습니다"

북한이 한국을 미사일로 협박하든 말든 자기들끼리 문제니까 상관없다는 얘기입니다. 미국 본토를 위협하는 대륙간 탄도미사일만 쏘지 않는다면 뭘 해도 괜찮다는 메시지를 김정은에게 보낸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도를 넘은 트럼프의 언행은 그의 당면 지상목표인 재선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게 미국 안팎의 공통된 시각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습니까. 김정은이 우리 대통령을 직접 협박하는데도 한미연합사는 "미사일이 대한민국에 대한 직접적 위협은 아니라"고 합니다. 김정은에 이어 북한 매체가 '청와대 주인' 운운하며 협박해도 청와대는 말이 없습니다. 이러는 사이 북한의 위협은 점점 노골화하고 있고 주변국들의 한국 무시 현상도 도를 넘고 있습니다.

KTX 역방향 좌석을 타고 가면 열차가 전진하는 앞쪽을 볼 수 없습니다. 어떤 지점이건, 지나고 나서야 보게 됩니다. 나라의 안보가 어떻게 돼가고 있는 것인지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지금 우리 국민의 처지가 그렇습니다.

7월 29일 앵커의 시선은 '방관자 트럼프, 묵묵부답 청와대'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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