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욱 앵커의 시선] 총선 블랙홀

신동욱 기자 | 2020.02.18 21:47

관객을 빨아들이는 힘이 대단한 영화 '대부' 입니다. 그중에 큰아들 소니가 습격당하는 장면 한번 보시지요. 차 앞 유리가 총탄에 박살났다가 다시 붙어 있고, 없어졌다가 또 붙어 있기를 반복합니다. 그래도 알아차리는 관객이 거의 없었지요. 한 가지 일에 온 정신을 쏟으면 명백하게 존재하는 다른 것이 보이지 않곤 합니다.

그런 심리를 '보이지 않는 고릴라' 라고 합니다. 미국 심리학자가 각기 흰옷과 검정 옷을 입은 두 팀의 농구경기 영상을 사람들에게 보여주며 흰옷 팀이 패스를 몇 번 했는지 세어보라고 했습니다. 영상에서는 고릴라처럼 차려입은 선수가 가슴을 두드리다 나갔지만, 보는 사람 절반이 패스를 세느라 그런 게 있었는지조차 몰랐습니다.

정치에서는 선거가 딱 그렇습니다. 거창한 다짐도 원칙도 다 집어삼켜 고릴라처럼 만들어버리는 블랙홀이 되기 십상입니다. 정부는 12·16 부동산 대책을 발표할 때 풍선효과가 나타나는 지역에 즉각 규제를 확대 적용하겠다고 천명했습니다. 예상대로 수원-용인-성남, 이른바 수용성 집값이 급등해 정부 규제기준을 넘어섰습니다. 급등세는 다른 수도권으로도 옮겨 붙을 조짐입니다. 당연히 정부가 추가 대책을 내놓을 거란 전망이 많았고 실제로 정부도 그렇게 움직였습니다.

그런데 정부가 갑자기 결정을 유보했습니다. 총선을 걱정한 민주당 반대로 제동이 걸렸다고 합니다. 그래서 봤더니 수용성 지역구 열세 곳 중에 아홉 곳이 민주당 의원 지역구였습니다. 설마 설마하면서도 얼마 전 우한 교민 격리장소를 갑자기 변경했을 때를 다시 떠올릴 수밖에 없습니다. 정부가 하늘이 두 쪽 나도 잡고야 말겠다던 부동산입니다.

"강력한 여러 가지 방안들을 계속 강구해서라도 반드시…"

그런 다짐이 선거를 앞둔 표 계산 앞에서 무색하게 됐습니다. 그런데 이런 일이 어디 부동산뿐이겠습니까.

코로나 19를 내세운 추경 편성부터 신공항 건설 같은 SOC 사업까지 선거철만 되면 꺼내는 그때 그 정책들이 여당 내부에서 잇따라 나오고 있습니다. 총선이 가까워 올수록 또 어떤 선심 정책들이 이어질지 알 수 없습니다. 그런 선거판을 시인이 야유합니다.

"우습고 우습구나… 어제는 주홍색, 오늘은 초록으로. 내일은 무슨 색으로 변색할래, 팔색조!"

2월 18일 앵커의 시선은 '총선 블랙홀'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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