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훈 앵커가 고른 한마디] 낯뜨거운 코로나 자화자찬

박정훈 기자 | 2020.03.22 19:45

동양화에는 화상자찬이라는 게 있습니다. 자신의 초상화에 스스로 얼굴을 평가하는 글을 써넣는 것이지요.

"박복한 관상이 어이 이 안에 있는가 조선의 시조라고 일컫는다만 덕이 옛 현군보다 부족하여 부끄럽기 짝이 없네"

조선을 세운 태조 이성계의 화상자찬입니다. 자기비하에 가까운 이 평가에서는 처절한 성찰을 통해 자만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엿보입니다. 요즘 코로나19에 대응하는 주변국들을 보면 이런 통열한 자아성찰이 떠오릅니다. 대만에서 첫 코로나 사망자가 나오자 천스중 위생복지부 장관은 국민 앞에 눈물로 사과했죠. 하지만 한국에서 첫 사망자가 나온날 청와대의 모습은 언급하기 민망할 정도였습니다. 사망자가 100명을 넘은 지금은 어떤가요.

박능후 /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 (15일)
"신천지 교단을 중심으로 (중략) 전국으로 급격하게 확산될 수 있었던 위험을 비교적 단기간에 통제하여.."

불과 일주일 전 신천지 탓을 하며 내놓은 자화자찬인데, 신천지 관련자를 빼더라도 확진자는 3800여명으로, 전세계에서 9번째로 많습니다. 때늦은 수출차단 조치에 마스크는 동이 났고, 이제 군인들까지 특정업체들의 마스크 유통에 동원되고 있습니다. 한 주에 2장이면 충분하다는 정부 여당의 말바꾸기에도 국민들은 묵묵히 줄을 섭니다.

우리가 해외 입국자 관리를 제대로 못한 사이 전 세계 174개국이 한국발 입국을 제한합니다. 중국 눈치를 보는 동안 오히려 중국이 한국으로 여행을 가지 말라고 했죠. '코리아 포비아'가 우리 국격과 자존심을 무너뜨렸지만 강경화 외교부는 속수무책입니다. 정부는 우리 방역이 세계의 모범이라고 자평하지만 미국 타임지는 대만 싱가포르 홍콩을 방역 우수사례로 꼽았고, 한국은 초기 늑장 대처로 확진자가 폭증했다고 평가했습니다. 뉴욕타임스도 "머지 않아 코로나19가 종식될 거"란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이 큰 실수라고 지적했죠.

국내 6000여명이 참여한 교수단체의 성명을 볼까요. "

문재인 정부가 입국금지를 하지 않아 감염병이 창궐했는데도 사과도 하지 않았다. 민간의 방역 역량과 의료진의 헌신을 가로채 자화자찬 하고 있다"

아무리 총선이 코앞이라지만 바이러스와의 전쟁이 한창인 지금 정부의 자화자찬을 듣고 있자면 얼굴이 붉어집니다. 우리는 언제쯤 다른 고려사항 없이 오롯이 방역에만 충실한 정부의 모습을 보게 될까요.

오늘 앵커가 고른 한마디는 '낯뜨거운 코로나 자화자찬'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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