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욱 앵커의 시선] 국민을 우롱하지 말라

신동욱 기자 | 2020.04.02 21:54

"초록색 플라스틱 물뿌리개. 그건 고무로 만든 중국제 가짜 나무를 위한 거야…"

영국 록밴드 라디오헤드가 음울하게 노래하는 '가짜 플라스틱 나무' 입니다. 플라스틱 트리와 흙, 물뿌리개 그리고 여인의 아름다움도 사랑도 다 가짜라고 넋두리합니다. 노래처럼 우리는 가짜가 지배하는 세상에 살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시인이 선거 유세장에 갔습니다.

"피켓에 풍선에 그려진 유령들의 모습. 부적처럼 들고 흔들며 신명이 나서, 굿풀이도 한다… 떠드는 자의 말의 성찬이, 듣는 자보다 더 무책임하다.."

마치 하느님 같은 선심을 듣고 나니 시인은 점심에 제 돈으로 소주 한잔 사먹은 게 억울해졌습니다. 시인은 묻습니다.

"인생은 유령들의 잔치인가."

4·15 총선 선거운동이 시작됐습니다. 그러나 유권자는 혼란스럽습니다. 편법과 반칙이 뒤죽박죽 엉키는 초유의 이번 선거를 상징하는 것이 바로 이 비례대표 투표용지입니다. 서른다섯 개 정당이 몰려 길이가 50cm에 이릅니다. 비례용 위성정당과 공동 선거운동을 하면 위법일 수 있다는 선관위 경고도 소용없습니다. 민주당은 더불어시민당과 함께 선거대책위와 공동 출정식을 가졌고, 통합당은 미래한국당과 공동선언식을 했습니다. 이제 유세도 함께하겠다고 합니다.

이럴거면 선거제도는 왜 바꿨습니까? 그런가 하면 더불어시민당은 선관위에 낸 공약이 논란을 빚자 민주당 공약을 베꼈다가 또 철회했습니다. 민주당은 여권 비례정당인 열린민주당과 성씨부터 다르다며 정치적 거리 두기를 합니다. 하지만 열린민주당은 민주당의 효자를 자처하며 개인의 가정사까지 들먹였습니다.

도대체 누가 누구인지 또 선거가 끝나고 나면 어떻게 될껀지 알수가 없습니다 유대인 교훈집 탈무드에 머리 둘 달린 사람이 한 사람인지 아닌지 가려내는 법이 있습니다. 한쪽 머리에 뜨거운 물을 부어 다른 쪽 머리가 뜨거워하면 한 사람이고, 그러지 않으면 둘이랍니다. 그렇다고 뜨거운 물을 부어볼 수도 없고… 원칙도 염치도 없는 이 모든 선거판의 출발점은 선거법 개악입니다.

끝을 알 수 없는 코로나의 어둠과, 바닥이 안 보이는 경제위기 속에 온 국민이 신음하고 있습니다. 나라를 살릴 정책 대결과 정권 중간평가는 실종된 채, 어떻게든 표 얻을 궁리만 난무하는 선거에서, 눈 부릅뜨고 바로 볼 사람은 유권자뿐입니다.

4월 2일 앵커의 시선은 '국민을 우롱하지 말라'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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