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욱 앵커의 시선] 이러니 삼류 총선

신동욱 기자 | 2020.04.09 21:55

연둣빛 숲이 초록으로 짙어가는 4월 하순이면 독특한 새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음계로 치면 '미미미 도'를 반복하는 검은등뻐꾸기 소리입니다. 한번 들어보시지요. 무언가 말하는 것처럼 들리시지 않습니까. 그래서 듣는 이마다 이렇게 다양한 해석이 나옵니다.

"너도 먹고, 나도 먹고" "첫차 타고, 막차 타고" "머리 깎고, 빡빡 깎고"

그중에서도 짓궂은 것이 "홀딱벗고 홀딱벗고"여서 '홀딱벗고 새'라는 별명까지 붙었지요. 그런데 제 귀에는 민요 '옹헤야'의 후렴처럼 들립니다. 봄 산행길에 새가 "어절씨고" 하면 얼른 "옹헤야" 하고, "잘도 한다" 하면 또 "옹헤야" 하고 받쳐주며 걷자면 신바람이 납니다. 기왕이면 곱고 즐거운 말이 듣기도 좋은 법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시인은 친구에게 부탁합니다.

"나를 욕하더라도 올봄에는, 저 새 같은 놈, 저 나무 같은 놈이라고… 저 꽃 같은 놈, 저 봄비 같은 놈이라고 욕을 해다오…"

그런데 이 봄에 손 소독제로 귀를 씻고 싶은 막말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선거판입니다. 민주당은 통합당 지도부를 가리켜 돈키호테, 애마, 시종이라고 하고, 통합당은 민주당에게 청와대 돌격대, 부역자, 거수기라고 맞받습니다. 그런가 하면 민주당 대표는 제1야당을 토착왜구당이라고 몰아붙이고, 부산에 가서는 "올 때마다 초라하다"고 했습니다. "우리가 북한보다 미사일을 더 많이 쐈다"고 주장한 후보도 있었습니다.

통합당도 낫지 않습니다. 한 후보는 "3,40대는 논리가 없다" "나이가 들면 다 장애인이 된다"고 했다가 제명을 당했고, 세월호 유족을 비하한 다른 후보의 발언이 논란을 빚자 지도부가 대국민 사과를 했습니다.

가뜩이나 삼류라는 말을 듣는 총선에 막말과 비방이 빠지면 그게 더 이상할 선거판입니다. 표 말고, 표를 든 유권자가 눈에 보인다면 이러지는 않을 겁니다. 이러고도 표 달라고 하는 걸 보면 웬만한 강심장 아니고서는 정치 못하겠다는 생각도 해 봅니다. 옛말에 "혀는 칼, 입술은 창" "혀 아래 도끼"라고 했습니다. 입 조심 하라는 격언들이지요. 하지만 지금 선거판에는 시인의 이 야유가 더 어울릴 듯합니다.

"입은 말의 항문이다. 배설물이 쏟아지지 않도록 조여라…"

4월 9일 앵커의 시선은 '이러니 삼류 총선'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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