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욱 앵커의 시선] 총선 전야

신동욱 기자 | 2020.04.14 21:50

물고기를 보면 물을 알 수 있습니다. 버들치 열목어 산천어가 노닐면 안심하고 마시는 일급수, 피라미와 갈겨니가 살면 2급수 '멱 감는 물'입니다. 붕어 잉어가 있으면 탁한 3급수 '농사 짓는 물'이고, 물고기가 살지 않으면 4급수 '수챗물'입니다. 반면 "물이 너무 맑으면 물고기가 없다"는 격언도 있습니다. 정치를 너무 엄격하고 까다롭게 하면 따르는 사람이 없다는 뜻이 될 수도 있지요.

그런가 하면 우리 정치판에는 이런 우스개도 있습니다.

"한강에 버스가 빠졌는데 국회의원부터 구조됐습니다. 이유는? 그냥두면 물을 오염시키니까…."

시인이 국회의원 선거 벽보판 앞을 걸어가는 남자를 봅니다. 남자가 든 비닐봉지 속 금붕어는 산소가 모자라 입을 뻐끔거립니다.

"이름과 기호로 작동되는 정치 벽보처럼… 비닐 안의 정치처럼 산소가 없다… 남자가 선택한 기호의 역대 전적이 그의 민주주의와 그의 산소량을 결정한다…" 

21대 국회의원 선거가 내일로 다가왔습니다. 부레옥잠과 부들처럼 탁한 물 걸러내 세상을 깨끗이 하고 산소를 공급해주는, 물풀 같은 정치인을 가려 뽑는 날입니다. 그런가 하면 선거는 카타르시스라고 하기도 합니다. 속에 묵혀 있던 응어리를 풀어 버리는 정화의 축제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선거를 치를 때마다 골이 더 깊이 파이곤 합니다. 지난 몇 년 우리 사회를 지배했던 단어들을 돌아봅니다. 미움 분노 갈등 분열… 지금 온 나라를 짓누르는 코로나의 그늘처럼 온통 답답한 이름들 뿐입니다.

그래서 내일 총선은 위로 화해 용기 장래를 떠올리는 선거가 되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그러려면 이런 정치인을 뽑아선 곤란할 듯합니다. 닥치는 대로 막말을 난사하는 사람, 편가르기 하고 보복을 벼르는 사람, 겉과 속이 다른 사람 약속 어기기를 밥먹듯 하는 사람, 나라의 장래보다는 눈 앞의 이익만 보는 사람 말입니다. 그 동안 이런 사람들이 비벼댄 거친 비빔밥 말고, 대한민국의 꿈과 희망을 듬뿍 넣어 비빈 '4월의 비빔밥'을 꿈꾸며 오늘 잠자리에 들어야 겠습니다.

4월 14일 앵커의 시선은 '총선 전야'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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