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Talk] 6개월마다 '힘자랑'하는 추미애…"검사가 보따리 장수냐" 비판

주원진 기자 | 2020.08.28 14:03

▲ "검사가 보따리장수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또 해냈습니다. 지난 1월 장관으로 임명된 지 엿새 만에 인사를 했는데 어제(27일)도 또 인사를 마무리했습니다. 검찰 내부에서 '친추 승진' '친윤 좌천' 공식은 이제 익숙하게 받아들입니다. 그런데 이번 인사로 검찰 내부에서 더 불만이 나오는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6개월마다 바꾸는 인사입니다.

검사들은 한 업무를 적응하는데 최소 1년은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추 장관은 특히 권력을 향한 수사팀에 대해서는 6개월마다 인사를 합니다. 한 법조계 고위 관계자는 "추 장관이 6개월마다 힘자랑을 해서 검사들이 보따리장수가 됐다"라고 비판합니다.

 


▲ 6개월 만에 와해된 채널A 사건 수사팀

추 장관이 역사상 2번째 지휘권을 발동한 채널A 사건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채널A 이동재 전 기자를 구속시킨 이정현 중앙지검 1차장 검사는 임명 6개월 만에 검사장으로 승진해서 대검찰청으로 자리를 옮깁니다. 정진웅 형사 1부장 역시 승진해서 광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물론 추 장관이 속으로는 채널A 사건을 사실 6개월이면 끝날 단순 '강요 미수' 사건으로 판단했을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채널A 사건의 양면인 '한동훈 검사장 육탄전'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고검 정진기 감찰부장도 임명된 지 6개월 만에 대구로 좌천 발령이 났습니다. 정 부장은 사실상 승진 인사에는 멀어진 편이라 교체 수요가 없던 상황입니다. 정권 눈치든 윤석열 검찰총장 눈치든 볼 위치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정 부장은 의정부지검 차장 검사에서 서울로 온 지 6개월 만에 다시 대구로 발령이 났습니다. 결국 '채널A 사건'은 6개월 만에 공방을 나눈 양쪽 모두가 교체된 겁니다. 검찰에서 주요 사건을 대부분 담당하는 중앙지검 1~4차장도 6개월 만에 모두 바뀌었습니다.

지난 2월에는 '윤석열 사단 축출' 목적으로 모두 교체했습니다. 이번에는 '친추승진 친윤좌천'을 위해 또 교체했습니다. '친추' 인사로 불리는 1,3,4 차장검사는 모두 승진 내지 요직으로 자리를 옮겼고. 울산시장 선거 청와대 개입 사건을 수사했던 2차장 검사는 임명 6개월 만에 안양지청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친추승진 친윤좌천' 공식은 그대로 적용됐습니다. 20년 가까이 검사 생활을 한 중앙지검 차장검사들이 추 장관의 200일 남짓 임기 동안 2번이나 교체된 겁니다.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정의연 회계 의혹 사건'을 수사했던 장영수 서부지검장(현재 대구고검장), 고경순 서부지검 차장검사(현재 대검찰청 공판송무부장) 역시 승진을 이유로 6개월 만에 인사 이동했습니다. 과연 검사들이 6개월 마다 보직이 바뀌고 앞으로 또 바뀔 것인데 책임감을 가지고 일 할 수 있을까요?

 


▲ 박상기가 만든 검사 '필수 보직 기간' 추미애는 지켰나?

2018년 12월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검사 인사규정'을 만듭니다.

제1조(목적) 이 영은 「검찰청법」에 따른 검사의 임명ㆍ전보(轉補)ㆍ파견근무 및 퇴직 등 검사 인사에 관한 원칙과 절차 등을 명확히 정함으로써 검사 인사의 공정성과 합리성을 확보함을 목적으로 한다.

제2조(기본원칙) 검사에 대한 인사는 성별 등에 의한 차별 없이 검사의 복무평정 등 근무성적, 업무능력, 리더십 및 청렴성 등에 따라 공정하게 하고, 적재적소(適材適所)에 임용해야 한다

제11조(필수보직기간) ① 검사의 필수보직기간은 다음 각 호의 구분에 따른다.

1. 고검검사급 검사(고등검찰청의 부장검사 및 검사, 지방검찰청의 차장검사 및 부장검사, 지방검찰청 지청의 지청장ㆍ차장검사 및 부장검사, 법무부 또는 대검찰청의 기획관ㆍ정책관ㆍ담당관ㆍ대변인ㆍ과장에 임용된 검사 및 검찰인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법무부장관이 지정하는 직위의 검사를 말한다. 이하 같다) 중 고등검찰청 검사를 제외한 검사: 1년

2. 고등검찰청 검사 및 일반검사(법 제28조에 따른 대검찰청 검사급 이상 검사 및 고검검사급 검사를 제외한 검사를 말한다. 이하 같다): 2년

규정 11조에 나오는 '필수 보직 기간'은 검찰의 직제 및 정원의 변경이 있는 경우 혹은 검찰 인사위원회의 심의를 거친 경우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예외 규정이 있긴 합니다. 하지만 그 예외가 인사 때마다 벌어지는 게 과연 올바른 걸까요? 추 장관 인사가 과연 위에 나온 조항들에 맞는 것일까 궁금합니다.

 


▲ "검찰의 부패 수사 기능이 사실상 마비됐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8월에는 사실상 파격 인사 수요가 없었다"라고 말합니다. "작년 7월 연수원 기수가 낮았던 윤 총장이 임명된 뒤 검사들이 줄사표를 낸 상황 이후로는 파격 인사 수요는 없었다"라고 설명합니다.

또 "여러 대통령을 겪어 봤는데 대부분 정권 초반에 파격 인사는 있지만 이후로는 검찰 안정을 위해 최소한 범위 내에서 인사를 했다"라고 회고합니다. 그러면서 "현재 다수 검사들이 윤 총장처럼 사표 보다 자리를 지키는 것이 검찰을 위한 것이라는 생각으로 버틴다"라고 설명합니다.

"대부분 검사들이 좌고우면하지 않고 자리를 지키며 부패 수사에 전념한다"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추 장관은 6개월마다 검사들을 이리저리 보냅니다. 결국 법조계에서는 추 장관의 힘자랑에 대해 "검찰의 부패 수사 기능을 사실상 마비 시키는 행위"로 평가합니다.

추 장관이 서울시장을 출마하고 싶다면 내년 1월쯤에는 사퇴를 해야 할 겁니다. 어쩌면 한 번의 인사 기회가 더 남은 상황이죠. 추 장관은 지난 2002년 재선 의원 때 '검찰 총장에게 검찰 인사권을 주는' 법안을 발의 했습니다. 검찰이 인사권을 가진 정권에 휘둘리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죠.

추 장관이 재선 의원 때 마음을 잊지 않고 3번째 '힘자랑'은 더 이상 파격이 아닌 '검찰의 정상화'를 위해 쓰기를 바랍니다. / 주원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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