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의 없어도 전화로 병가 연장 가능?…국방부 해명 허점들
차정승 기자 | 2020.09.11 21:16
[앵커]
그동안 수사 중인 사안이라며 입장을 밝히지 않았던 국방부가 어제 느닷없이 추 장관 아들의 휴가 연장 절차에는 문제가 없다는 발표를 했습니다. 이 주장은 조금전 최원희 기자의 리포트에서 보셨듯 국방부의 지침과도 배치됩니다. 국방부의 설명은 이밖에도 여러가지 헛점이 있는데 관련 내용을 취재해온 차정승 기자에게 직접 좀 물어보겠습니다.
차 기자, 입원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심의도 필요없었다 이게 타당한 설명입니까?
[기자]
국방부가 제시한 근거는 민간병원에 '입원중인' 경우에는 요양심사를 받아야 한다는 국방부 훈령입니다. 추 장관 아들은 퇴원후 통원치료를 받고 있었기 때문에 이 규정에 적용받지 않는다는 논리입니다. 하지만 통원치료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다면 내용이 적시된 하위규정을 보는 게 상식입니다.
[앵커]
그럼 하위 규정엔 통원치료 중엔 어떻게 하라는 내용이 있습니까?
[기자]
네, 육군 규정에 있습니다. 병가가 10일을 초과할 경우 군병원 요양심의를 첨부해 연장이 가능하다고 돼있습니다. 이걸 보면 1차 병가로 10일을 쓴 서씨는 2차 병가를 위해 심의를 받아야 합니다. 앞서 리포트에서 보신대로 서씨가 휴가가기 3개월 전에 국방부가 내린 지침이 바로 이 문건인데요, 여기에도 같은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그리고 국방부의 설명대로라면 부상이 심해서 입원을 하면 심사를 받아야 하고, 가벼운 부상은 심사 없이 병가를 연장하는 모순이 발생하게 됩니다.
[앵커]
그제 저희가 단독으로 보도했던 국방부 면담기록에도 서씨가 요양심의를 받아야 하는데 안 받았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지 않았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병가 심의를 받아야 한다는 내용은 부대 간부와 서씨의 면담기록, 즉 연통이라 불리는 행정업무시스템에도 남아있었습니다. 추 장관 보좌관으로부터 휴가 연장 문의 전화를 받았던 인사담당 장교도 요양 심사를 받지 않았던 점을 문제 삼았었죠. 국방부는 어제 이 면담기록에 남아 있는 '병가 심의'는 뭐냐고 물었더니 이번에는 또 수사로 규명해야 한다고 답을 피했습니다.
[앵커]
또 한가지 서씨가 부대로 복귀하지 않고 전화로 병가를 연장한 것도 특혜라는 논란이 있는데, 이 부분은 군이 어떻게 설명합니까.
[기자]
네, 현역군인들은 물론 예비역들까지 바로 이 부분에서 공분하는 건데요, 군은 천재지변, 교통 두절, 그리고 그밖의 부득이한 사유가 있을 때 전화로 휴가를 연장할 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서씨에게 당시 부득이한 사정이 있었는지 따져봐야 하는데, 당시 면담기록에는 서씨가 수술 후에 집에서 쉬고 있었다고 돼 있습니다. 군의관의 진단기록에도 군병원에서 충분히 진료가 가능하다고 돼 있죠. 수술도 비교적 간단한 질환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국방부가 왜 이런 상황을 부득이한 사정으로 본 건지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다른 병사들도 이런 식으로 휴가를 연장하는 건 상상하기도 어려운 일이라는 반응입니다. 국방부 민원실로는 "전화로 휴가를 연장해줄 수 없느냐"는 문의가 잇따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앵커]
1, 2차 병가에 대한 휴가 명령 기록이 남아 있지 않은 것도 납득하기 어려운 일인데, 이건 어떻게 설명하고 있습니까?
[기자]
변호인 측은 인사명령 기록이 없다 하더라도 행정시스템에 남아 있는 면담기록을 거론하며 문제가 없다는 주장을 펴고 있습니다. 하지만 서 씨 면담기록에는 2차 병가를 위해 먼저 서씨의 개인휴가를 먼저 쓰고 나중에 병가를 승인받으라고 돼있습니다. 그러니까 부대에 복귀한 서 씨는 관련 의무기록을 부대에 제출해서, 추후 절차인 "병가" 인정을 거쳤어야 하는데, 부대에 자료가 없다는 건 분명 문제가 있는 겁니다.
[앵커]
이렇게 의문이 많은데 당사자는 그렇다 치고 국방부까지 왜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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