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질문 한마디에…백운규, '가동중단 검토' 지시
조덕현 기자 | 2020.10.20 21:05
[앵커]
경제성 면에서만 보면 적어도 2년 이상은 더 가동할 수 있다는 게 당시 한수원의 판단이었습니다. 그런데 왜 이렇게 무리하게 가동을 중단했을까요? 감사원은 매우 의미있는 대목을 확인했습니다. 대통령이 월성 1호기의 영구 중단은 언제 결정할 계획인지 질문했다는 취지의 보고를 받은 당시 백운규 산업부 장관이 그 직후 즉시 가동 중단을 검토하라는 지시를 했다는 겁니다. 당시 실무 직원들은 이 지시를 거부하기 어려운 분위기였다고 감사원에 털어놨습니다.
이어서 조덕현 기자입니다.
[리포트]
문재인 대통령 / 고리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 (2017.6.19)
"수명을 연장하여 가동 중인 월성 1호기는...가급적 빨리 폐쇄"
문 대통령의 발언 이후, 한수원은 부득이하게 조기폐쇄를 결정해도 영구정지가 결정될 때까지는 더 운영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의견을 산업부에 전달했습니다.
하지만 감사원 조사 결과, 2018년 4월 백운규 당시 산업부 장관은 조기 폐쇄 결정과 동시에 가동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습니다.
당시 산업부 실무진은 "장관의 지시를 거부하기 어려웠다"고 했고, 한수원 고위층도 "다른 방안을 생각할 수 없었다"고 감사원에 진술했습니다.
백 전 장관의 지시 이후 경제성 평가가 불합리하게 이뤄졌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입니다.
특히 감사원은 당시 백 장관이 과장으로부터 청와대에서 벌어진 일을 보고받았다고 했습니다.
대통령 비서실의 한 보좌관이 월성 1호기를 보고 온 뒤, 청와대 보고망에 "외벽 철근이 노출됐다"는 글을 올렸고,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이 "영구 가동중단은 언제 결정할 계획인지" 질문을 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감사원은 보고서에서 대통령비서실을 50여 차례 언급했지만, 청와대가 영향력을 행사했는지는 명확하게 밝히지 않았습니다.
감사원은 백 전 장관이 즉시 중단을 지시해 국가공무원법을 위배했다고 했지만 백 전 장관은 "조기 폐쇄는 한수원이 자율적으로 결정한 것"이라는 입장입니다.
청와대도 "월성1호기 폐쇄에 대해 일체 관여하거나 지시한 바 없다"고 밝혔습니다.
TV조선 조덕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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