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면담 앞두고…일요일밤 원전 파일 444개 지운 산업부
최지원 기자 | 2020.10.20 21:08
[앵커]
최재형 감사원장은 얼마전 이렇게 저항이 심한 감사는 처음본다며 어려움을 토로한 적이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산업부 공무원들이 조직적으로 감사를 방해한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감사원 면담을 하루 앞둔 일요일 한밤중에 400개가 넘는 원전자료를 한꺼번에 삭제했는데, 처음엔 파일을 하나씩 지우다가 지워야 할 파일이 너무 많으니까 파일이 든 폴더를 통째로 지우기도 했습니다. 공무원들이 국가의 백년대계와 관련한 주요 정책 의사 결정 과정의 기록들을 함부로 삭제했다면 이건 대단히 심각한 문제입니다.
최지원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지난해 11월, 월성1호기 조기폐쇄에 대한 감사원 감사 사실을 보고받은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들은 대응책을 논의했습니다. 감사원 면담을 하루 앞둔 12월1일 일요일 밤 11시 24분쯤. 산업부 공무원 A씨는 관련자료 삭제를 지시받고 사무실로 들어갔습니다.
A씨는 컴퓨터에서 중요하고 민감하다고 판단되는 문서를 우선 삭제했습니다. 또 복구 되더라도 내용을 알아볼 수 없도록 파일명도 수정했는데, 삭제작업은 다음날 새벽까지 2시간 동안 진행됐습니다.
감사원은 이렇게 지워진 문서를 122개 폴더 안에 보관됐던 444개로 파악했습니다.
삭제된 문서 중엔 청와대 송부라고 표시된 '에너지전환 보완대책 추진현황', '장관님 지시사항 조치계획안' 등의 문서도 포함됐습니다.
최재형 / 감사원장 (지난 15일)
"저항이 굉장히 많은 감사였습니다. 국회 감사 요구 이후에 산업부 공무원들이 관계 자료를 거의 모두 삭제했습니다."
삭제를 지시한 간부는 감사원 조사에서 "자료 등이 제출되면 월성1호기 조기폐쇄 추진과 관련해 잘못했거나, 한수원에 과도하게 요구한 내용 등이 밝혀질 것을 우려했다"고 진술했습니다.
감사원법엔 자료 제출 요구에 따르지 않거나 감사를 방해하면 1년 이하 징역, 또는 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있습니다.
산업부는 "해당직원이 스스로 판단에 따라 본인 PC에서 자료를 삭제한 것에 대해 유감스럽다"고 밝혔습니다.
TV조선 최지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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