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군에 깔린 '화웨이 칩' AI 스피커…서욱 "보안성 검토 후 사용돼야"

김정우 기자 | 2020.11.10 16:29

서욱 국방부 장관은 중국 화웨이의 자회사가 생산한 칩이 포함된 AI 스피커가 전군을 대상으로 4만8100여대 설치된 것과 관련해 "보안성 검토가 끝난 다음에 사용하는 게 맞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 장관은 9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설치된 사후에서야 보안성 검토가 진행 중이고 아직 끝나지도 않았는데, AI 스피커를 사용하는 건 문제가 있지 않느냐"는 국민의힘 윤주경 의원의 질의에 이같이 답했다.

윤 의원이 "'백도어'(backdoor) 문제로 논란이 된 회사의 칩셋이 들어있는 AI 스피커를 몇 대 운영하는지 아느냐"고 묻자 서 장관은 "현황은 갖고 있지 않은데, 지난번에 (관련) 보고를 받았다"고 했다.

윤 의원은 "해당 통신사가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AI 스피커가 활성화되면 음성이 모두 통신사 서버로 전송이 된다"며 "국방부에서 초기 사업을 추진한 담당자가 이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안전성을 고려하지 않았던 것 같다"고 했다.

윤 의원은 또 "서 장관이 보안의 중요성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아는 만큼 보안성 검증이 이뤄진 다음에 이 사업이 진행되는 게 맞다"며 "예산 전액을 삭감했으면 한다"고 주장했고, 서 장관은 "살펴보겠다"고 답했다.

화웨이는 미국이 보안을 이유로 고강도 규제조치에 들어간 기업으로, 주한미군은 지난해 군사기지 내부와 주변의 화웨이 통신 장비를 퇴출시키고, 동맹국에 사용자제를 촉구해왔다.

 


앞서 국방부가 윤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8~2019년 IPTV 사업 일환으로 한 대형 통신사의 AI 스피커가 군 생활관에 4만8173대 도입됐는데, 해당 기종의 AI 스피커를 분해한 결과 내부에 화웨이의 자회사인 '하이실리콘'이 생산한 칩셋이 장착된 것으로 확인됐다. (TV조선 10월 5일 보도)

해당 AI 스피커는 일반 부대뿐 아니라 안보지원사령부, 국군심리전단, 국군지휘통신사령부 등에도 보급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군용 장비에 '화웨이 칩'이 장착됐다는 윤 의원의 지적에 국방부는 "탑재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시인하면서도 "미디어 처리전용 칩셋만으론 데이터 전송이 불가능해 정보탈취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국방부(안보지원사령부) 차원의 보안성 검토를 한 뒤에 사용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국방부는 국회에 "보안 검토 사안은 장성급 부대장에게 위임된 임무"란 답변을 제출했다.

전문가들은 화웨이가 과거 데이터를 빼돌리는 '백도어' 논란이 있었던 만큼, 100% 안전을 장담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을 내놨다.

임종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지난 10월 TV조선과의 인터뷰에서 "몰래 정보를 수집·전송하는 기능을 갖고 있는지 확인하려면 칩셋에 대한 전체 분석을 해야 판단할 수 있다"며 "특히 안보와 관련된 기관에선 화웨이 관계사 제품 사용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했다. 이러한 사실이 9월 윤 의원의 지적과 10월 TV조선 보도 등을 통해 알려지면서 뒤늦게 보안성 검토가 각군 단위에서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 김정우 기자

뉴스제보
이메일(tvchosun@chosun.com)
카카오톡(TV조선제보)
전화(1661-0190)

Copyrights ⓒ TV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