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Talk] "나 떨고 있니?"…번지는 성과급 논란의 본질은 '불통'

오현주 기자 | 2021.02.06 11:00

■ "회사는 행복을 강요하지만 구성원들은 행복하지 않음" 

SK하이닉스 직원으로 추정되는 이용자가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올린 회사 평가입니다. 회사가 추구하는 행복경영에 빗대 성과급 불만을 토로하는 겁니다. 이런 글이 이번 한 주동안 줄을 이었습니다.

SK하이닉스의 성과급 문제는 지난 1일 최태원 회장이 "지난해 SK하이닉스에서 받은 연봉을 전부 반납해 임직원들과 나누겠다"고 밝히면서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최태원 회장이 연봉을 내놓겠다고 말할 정도로 성과급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는 게 세상에 드러난 것입니다.

SK하이닉스 직원들의 주장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번째로 액수에 대한 불만입니다.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84% 늘었는데 성과급은 '기본급의 400%'로 똑같다는 것입니다. 두번째 불만은 지급기준이 불투명하다는 것입니다.

사측 입장은 이렇습니다. 작년 초에는 2019년 실적 부진으로 PS를 지급할 수 없었고, 그 대신 직원들 사기를 살려주기 위해 특별기여금 형식으로 기본급의 400%를 준 것이란 것입니다. 그리고 성과급 산정 기준은 경영 문제여서 다 공개할 수 없다는 설명입니다.

SK하이닉스 노사는 4일 성과급 관련 대화를 위해 만났습니다. 노사가 성과급 논의를 위해 만난 건 처음이라고 합니다. 이 자리에서 우리사주, 복지포인트 지급을 약속했고 앞으로 성과급 산정 기준 지표와 관련해 구성원과 소통하겠다며 일단락지었다고 합니다.

■ "우리도 너무 적다! 우리도 공개하라!"

성과급 논란 불똥은 SK텔레콤으로도 번졌습니다. SK텔레콤 노조 역시 성과급 규모와 지급 기준의 모호성을 문제 삼았습니다. 옆 동네 삼성전자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매년 임금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사원 대표 측이 '성과급 기준의 투명성'을 협의 안건에 포함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금까지 기업에게 성과급은 '일을 잘 하면 지급하는 일종의 보너스' 개념이었기 때문에 노사 협의사항은 아니며, 경영 전략상 투명하게 공개하기 어렵다는 입장이었습니다. 성과급 불만은 매년 있어왔지만 유독 올해 더 불거져서 당혹스럽다고도 합니다.

하지만 이번 논란을 단순히 '많이 달라'는 요구로 해석한다면 노사 갈등은 커질 수 밖에 없습니다. SK하이닉스도 SK텔레콤도 삼성전자도 '이 액수가 정해진 이유를 알고 싶다'가 직원들 목소리의 핵심입니다. 다시 말해, 성과급에 대해 사측과 소통하고 싶고 성과급 지급기준을 투명하게 공개해달라는 얘기입니다. 소통의 부재가 지금의 논란을 낳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래서 세 기업 모두 대화의 자리를 마련하기로 판단한 겁니다.

■애사심은 어디에서 나올까요?

성과급은 직원 사기 진작의 중요한 수단입니다. 하지만 성과급이 전부는 아닙니다. 실제로 한 설문조사 결과(벼룩시장구인구직이 직장인 599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애사심이 있다고 답한 직장인들은 그 이유로 '직원들 간 유대감 및 사내 분위기가 좋아서'(36.9%)를 가장 많이 꼽았고 '자신의 능력을 인정해줘서'(31%)가 뒤를 이었습니다. '연봉이 높아서'를 애사심 이유로 꼽은 건 3.6%에 불과합니다.

적은 수의 설문 조사이지만 저를 포함한 월급쟁이의 마음은 비슷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내 손에 쥐어지는 액수도 물론 중요하지만(코로나 시기에 돈을 벌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죠) 그보다 더 큰 직장생활의 가치는 회사 분위기, 능력 인정 등에서 결정됩니다. 특히 공정과 정의에 민감한 젊은층들은 투명하게 공개하고 소통하는 걸 중시하죠. 혹시 우리에게도 불똥이 튈까 노심초사하고 있는 기업 CEO들이 있다면 직원들과 어떻게 소통할지 고민해보는 게 어떨지요? 월급쟁이의 작은 조언이었습니다. / 오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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