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욱 앵커의 시선]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신동욱 기자 | 2021.02.25 21:45
"나는 보니, 여기는 클라이드. 우리는 은행강도다"
대공황시대 2인조 혼성 강도를 그려낸 이른바 '폭력 미학'으로, 새 영화 조류를 열었던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입니다. 될 대로 되라며 저지르고 보는 주인공 심리를 국내 개봉 제목이 잘 담아냈지요.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폭력세계 말고 현실에서 이 제목이 맞아 떨어지는 세상은 또 어디가 있을까요.
미국 정치저술가 제임스 클라크가 이런 명언을 남겼습니다.
"정치꾼은 다음 선거를 생각하고, 정치가는 다음 세대를 생각한다"
구소련 서기장 흐루쇼프는 또 이렇게 말했습니다.
"정치꾼이란 시냇물이 없어도 다리를 놓겠다고 공약하는 부류다"
'순임금 독장수' 라는 우리 속담도 있습니다. 성군 순임금이 물정을 살피려고 깨진 독을 지고 나섰습니다. 정직하게 "깨진 독 사시오" 외치자 아무도 안 사더니, "성한 독 사시오" 하니까 다들 사가더라는 얘기입니다.
거짓말해서 먹고 사는 곳이 그 옛날 저잣거리뿐이겠습니까.
국회 본회의 의결을 앞둔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이 얼마나 허무맹랑한 것인지 그 실체가 여지없이 드러났습니다. 그것도 다름아닌 국토부 기재부 법무부가 일제히 적법성과 절차, 내용을 조목조목 따져 반대하고 나선 겁니다.
국토부는 지반침하, 안전사고, 환경파괴 같은 일곱 개 평가항목 모두 부적합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사업비도 7조 원대가 아니라 28조 원에 이를 거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법안은 구체적 입지와 규모, 경제성, 예산 같은 기본 계획조차 없는 백지에 가깝습니다.
그런데도 거의 모든 사전 절차와 조사를 면제했습니다. 선거를 앞둔 파렴치한 '매표법(買票法)' 이라는 것 말고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습니다.
와중에 두드러져 보이는 것이, 정권 국책사업에 대한 공무원들의 반대입니다.
법안이 정권 초기에 나왔어도 이랬을까 하는 생각부터 들긴 합니다만 지금이라도 이런 목소리를 내준 게 고마울 따름입니다. 비록 나중에 책임지지 않겠다는 면피성 보고서라도 말이지요.
국토부가 왜 "특별법에 반대하지 않으면 직무유기가 될 수 있다"는 법무법인의 의견을 보고서에 넣었겠습니까.
이번 특별법이 그만큼 엉터리라는 고백일 겁니다. 선거가 다가오면 정치권의 시계는 선거일까지만 맞춰집니다. 그 이후는 없는 겁니다. 그리고 뒷감당은 오롯이 국민들의 몫일 뿐이지요.
2월 25일 앵커의 시선은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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