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Talk] 설훈, DJ 묘소 참배하며 사퇴 결심…반나절만 번복 이유?

최지원 기자 | 2021.09.09 15:30

이낙연 예비후보 캠프 선대위원장인 민주당 설훈 의원이 9일 의원직 사퇴를 결심했다가 막판 취소했다.

이낙연 후보가 서울 종로 지역구 의원직을 내려놓겠다고 발표한 지 하루 만이다.

설 의원은 이날 오전 11시 40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을 예약하고, 의원직 사퇴를 선언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예정시각 32분 전 돌연 언론에 문자메시지를 보내 취소 소식을 알렸다.


■ 설훈, 아침 일찍 DJ 묘소 참배…"펑펑 울었다"

설 의원은 이날 오전 일찍 자신의 지역구인 경기 부천시·구 의원들과 함께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을 찾아 참배했다.

복수의 관계자와 SNS 등에 따르면 설 의원은 "우리 민주당을 지켜달라"며 묘지 위에서 펑펑 울었다고 한다.

사진 속에는 무덤 앞 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 통곡하는 듯한 설 의원의 뒷모습이 담겨있다.

한 지지자는 "당원동지 그리고 호남인 여러분, 김대중 대통령이 가슴속에 남아 계시다면 다시 한번 생각해주세요. 누가 우리 당의 후보이어야 하는지"라는 글을 적었다.

 


■ 이낙연 후보의 의원직 사퇴, 끝까지 밀어붙인 설훈

설 의원은 이 후보가 8일 깜짝 의원직 사퇴를 선언할 때 막후에서 이를 강력히 밀어붙인 참모로 꼽힌다.

지난 주말 충청권 경선 결과 발표 직후 서울에서 열린 참모 그룹 회의에서 이 후보의 의원직 사퇴안이 처음 거론됐다고 한다.

그러나 의원들 사이에서도 의견은 엇갈렸다. 정태호 캠프 정책본부장 등 일부 핵심 의원들은 "의원직 사퇴가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며 만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때문에 첫 경선 후 3일 동안 고민을 거듭했고 최후에는 사퇴 뜻은 접는 것으로 잠정 결론이 나기도 했다.

이때 설 의원과 전남의 윤재갑 의원이 사퇴 선언을 해야 한다고 강하게 밀어붙였다고 한다.

설 의원은 "책임지는 정치가 이런 것이다. 모든 걸 내던질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 윤석열에 "나라면 그만뒀다" 첫 압박한 지도부…盧 지키려 불출마도

설 의원은 추-윤 갈등이 한창이던 작년에도 여당 지도부로선 처음으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사퇴를 공개 종용했다.

당시 최고위원이었던 설 의원은 "갈등이 일어나면 물러나는 것이 상책"이라며 "내가 윤석열이라면 벌써 그만뒀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버티고 있겠나"라고 말했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설 의원은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을 막고자 삭발과 단식 투쟁을 벌였고 17대 국회의원 선거 불출마를 스스로 결단했다.

세월호 사건과 관련해 박근혜 전 대통령의 7시간 공개를 요구하며 내각 총사퇴를 압박하기도 했다. 이것이 '설훈식 정치'였던 셈이다.


■ 막판 사퇴 취소, 왜?

그러나 설 의원의 사퇴 결심이 막판 좌초된 배경에는 주변 의원들의 만류가 컸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 후보에 이어 캠프 소속 의원까지 사퇴를 하면 줄사퇴처럼 비칠 수 있는 데다 향후 경선 결과에 불복하겠다는 뜻처럼 보일 수 있어서다.

의석수 감소로 당에도 부담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그럼에도 김대중계로 정계에 입문해 동교동계 막내로 20여년 간 정치 활동을 해 온 설 의원이 DJ 묘소까지 찾아 눈물을 보였을 때는 예삿 결심은 아니었을 것이다.

특히 위기 때 직을 내놓을 수 있어야 한다는 본인의 신념과도 직결된 다짐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아쉬운 점은, 설 의원이 내놓으려던 그 금배지가 국회의원의 희생 수단으로 통용되는 시대는 더 이상 아니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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