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욱 앵커의 시선] 대체 무엇이 국민을 위한 길인가요

신동욱 기자 | 2022.04.19 21:51

투수가 던진 공에 엉덩이를 맞은 선수가 괴로워하는데 해설자는 투수 편을 듭니다.

"저거 완전 할리우드 액션! 저 선수 너무 오버가 심하네요"
"다시 봐도… 아, 무조건 안 맞았어요. 난 봤어!"

프로야구 '편파 중계'의 한 장면입니다. 응원하는 팀을 대놓고 편들면서 우리 편만 보고 즐기라는 중계입니다. 중립적 관전평에 물린 팬들을 끌어들이며 유행했지요. 하긴 경기장을 내려다보며, 가르치듯 근엄하게 해설하고 타이르는 중계가 얼마나 재미있겠습니까. 그래서 나온 말이 '관전평 화법' 입니다.

'조회 화법' 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전교생이 운동장에서 줄을 맞춰 기다리고 있으면, 한참 있다가 교장 선생님이 연단에 올라 일장 훈화를 하곤 했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좋은 말씀이긴 해도 다들 흘려듣기 일쑤였지요. 여름엔 듣다 지쳐 쓰러지는 아이들도 있었습니다. 

이른바 '검수완박'으로 나라가 떠들썩한데 문재인 대통령은 "지금은 국회의 시간" 이라며 침묵했습니다. 김오수 검찰총장의 면담 요청도 거절했다가 사표까지 내며 배수진을 치자 마지못한 듯 만났습니다. 김 총장은 며칠 전 "법률안 공포와 거부권은 대통령의 권한이라, 적절히 판단하실 것" 이라고 했습니다.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그런데 어제 면담에서 거부권이 거론됐는지는 양측 모두 함구했습니다. 청와대가 밝힌 대화 내용에도 '검수완박'에 대한 대통령 입장은 없습니다. 대신 "개혁은 검경의 입장을 떠나 국민을 위한 것이어야 하고, 국회의 입법도 그러하다"며 두루뭉술 양비론을 말했습니다. 민주당에 관해선 그 한마디뿐이고 대신 검찰 비판은 두드러졌습니다.

요약하자면 "국민이 검찰 수사의 공정성을 의심한다. 그래서 법제화와 제도화의 필요성이 대두된다"는 거였습니다. 해석이 엇갈립니다만 이 말만 두고 보면 대통령도 '검수완박'에 공감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다만 지금 민주당이 밀어붙이는게 맞다는건지, 아니라는 건지는 해석의 여지가 있습니다. 그래서 대통령의 모호한 어법에 먼저 마음이 답답해집니다. 

지난해 민주당이 당시 윤석열 총장을 압박하려고 검수완박을 추진했을 때 대통령은 "신중해야 한다"며 제동을 걸었습니다. 그 뒤로 달라진 것은 대선 패배뿐입니다. 그렇다면 대통령은 이렇게 에둘러 말할 일이 아닙니다. 제3자처럼 거듭 '국민'을 앞세우며 한 발 뒤로 물러서 있을 때도 아닙니다.

정권의 우군이라는 민변과 참여연대까지 검수완박의 최대 피해자는 국민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물론 법은 국회가 만드는 것이지만 지난 5년 검찰 개혁을 그렇게나 강조했던 대통령이라면 물러나기 전 속 시원히 의중을 밝히는 모습을 단 한 번만이라도 보여주시기를 기대합니다.

4월 19일 앵커의 시선은 '대체 무엇이 국민을 위한 길인가요'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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