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Talk] "무관심에 죽어갔다" 요양원의 절규…코호트격리 필요한가

박상준 기자 | 2022.05.28 14:38

동일집단격리(코호트격리) 이후 2달여가 지났건만, 요양원 곳곳엔 상흔이 배어 있었다. 어르신들은 제 몸을 회복하지 못했고, 빈 침상은 그대로다. 효(孝)가 무너져가는 시대, 코로나19는 감염취약시설인 요양시설에 더 큰 상처를 남겼다.

노인복지학 박사이자 이곳의 운영 책임자인 오훈희 고양은혜마을요양원 시설장은 "어르신들이 코로나 탓에 제대로 된 도움도 못 받고 외롭게 돌아가시는데, 우리 사회가 관심을 너무 안 주는 것 같다. 죽는다는 게 일부의 이야기는 아니지 않냐"고 말했다.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 버려진 무원 같은 곳. 그래서 살아남은 어르신들의 요양원은 더욱 쓸쓸했다. 그곳에선 무슨 일이 있었을까.

▲ 찾는 이 없는 '버려진 섬'

오미크론 유행이 한창이었던 지난 3월 초. 경기도 고양의 은혜마을요양원은 어르신들의 4차 접종을 준비하고 있었다. 당시만 해도 확진자가 나오지 않아 정부 시책에 따라 선제적으로 2번째 부스터샷을 맞기로 했던 것이다.

하지만 접종 이후 사달이 났다. 직원 1명이 확진 사실을 모른 채 접종 당일 근무를 했고, 어르신 중심으로 감염이 퍼져 나갔다. 그간 준비해둔 방역복을 입고 소독 작업을 하는 한편, 보건소 안내에 따라 층간 이동을 금지하는 등 노력을 기울였지만 허사였다. 어르신 49명이 모두 감염됐고 직원 대다수가 확진을 피하지 못했다. 밀접 접촉이 많은 요양원 특성상 감염을 막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간호사나 의료진은커녕 방호복이나 자가검사키트 지원도 없었다. 보름여 동일집단격리[코호트격리]를 하는 탓에 2주에 1번 오던 촉탁의사 발길도 끊겨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전문 인력이라곤 확진된 간호조무사 1명뿐. 양성 판정을 받은 요양보호사 몇몇과 함께 49명의 확진된 어르신 분들을 힘겹게 모셨다. 오훈희 시설장은 "편찮으셨던 어르신들이 산소(통) 한번 시원하게 들이키시지 못한 채 하늘로 보내드린 게 마음에 걸린다"고 말끝을 흐렸다. 방역당국이 손을 놓고 있던 보름여 시간 동안 어르신 여덟 분이 운명을 달리 했다.

▲'화 키운' 동일집단격리, 해야할까

오미크론이 한창이던 2월 27일부터 4월 2일까지 코로나로 목숨을 잃은 사람은 9034명. 이중 36.8%인 3326명이 요양병원이나 요양원 같은 요양시설에서 목숨을 잃었다. 병상을 얻지 못해 이송조차 해보지 못하고 숨진 어르신들도 부지기수다. 오훈희 시설장은 "긴급 이송이 필요한 어르신이 계셔서 구조대에 연락을 해봤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같았다. 언제가 될지 모르는 병상을 기다리다 후송 차량에서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고 했다. 의료 지원이 없는 동일집단격리는 사실상 방치나 다름 없다고 항변했다.

전문가들도 문제점을 지적한다. 백순영 가톨릭대의대 명예교수(미생물학)는 "격리할 수 있는 공간이 충분하다면 큰 문제가 없지만, 우리나라의 요양병원이나 요양원은 거리두기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간병인이나 요양보호사 1명이 환자 여러명을 보는 경우가 많다"며 "이들 시설에선 격리 자체를 하지 않는 게 맞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신상엽 한국의학연구소(KMI) 학술위원장(감염내과)도 "치료 여건이 안 되는 시설에 60대 이상 와병 환자가 많은 고위험군을 동일집단격리 한다는 건 사실상 죽음을 방치하는 것"이라며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병원으로 이송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앞서 3차 유행 당시였던 2020년 12월~2021년 3월에도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을 동일집단격리해 수많은 어르신들이 목숨을 잃었다. 그 뒤 1년이 지난 오미크론 유행에도 정부의 대응은 나아진 게 없었다.

전문가들은 계절적인 요인과 백신 등의 면역이 떨어지는 가을 즈음 코로나 재유행을 경고하고 있다. 정부는 10만~20만 명 정도의 신규 환자 발생 상황을 감안해 병상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또 집단감염 등을 대비해 중장기적으로 요양시설 의료 기동전담반을 확대해 감염병을 예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의 어르신들이 빠르게 입원해 화를 피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확실하기만 하다.


뉴스제보
이메일(tvchosun@chosun.com)
카카오톡(TV조선제보)
전화(1661-0190)

Copyrights ⓒ TV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