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져보니] '이태원 참사' 법적 책임 쟁점은…처벌·배상 어떻게?
홍혜영 기자 | 2022.11.02 21:29
[앵커]
경찰의 대응이 미흡했다는 비판이 나오곤 있습니다만 직접적인 사고 원인을 밝히는 문제는 좀 더 미묘합니다. 이런 일의 경우 누군가를 특정해 책임을 물을 수는 있는 것인지 자세히 따져 보겠습니다.
홍혜영 기자, 일단 경찰의 대응이 미흡했다는 점은 경찰 스스로도 인정을 했지요. 그렇다면 경찰은 어떤 책임을 져야 합니까?
[기자]
경찰관 직무집행법 5조에 보면, 생명이나 신체에 위해를 끼칠 우려가 있으면 방지 조치를 할 수 있다고 돼 있는데요. 경찰 재량에 맡긴 것이지만, 사고 위험을 충분히 인지할 수 있었는데도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은 것은 업무상 과실치사로 볼 수 있습니다. 한 법조계 관계자(전 검사장)는 "주최 측이 없지만 국가는 치안 수요가 발생하면 계획을 세우고 관리해야 하는 책임이 있다"면서 경찰력 투입과 배치 권한이 있는 경찰 지휘부 모두 수사 대상이라고 말했습니다.
한상희 /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태원에 군중들이 군집한다는 사전정보가 있었고 수십 차례에 걸쳐 신고가 있었다고 한다면은 경찰의 재량권은 사라져버리거든요. 위험이 급박해질수록 재량이 아니라 의무가 됩니다. 주최자가 없기 때문에 국가는 더욱더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발생하는 거거든요."
[앵커]
서울시나 용산구 같은 지자체 책임은 어떻게 물을 수 있습니까?
[기자]
지자체장이 처벌된 대표적인 사례가 있습니다. 11명이 숨진 2005년 경북 상주콘서트장 압사사고 땐 당시 상주시장이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처벌 받았습니다. 서울시나 용산구청도 재난안전법 위반으로 업무상 과실치사를 적용할 수 있습니다. 사고 골목을 공공시설로 볼 것인지도 쟁점 중 하난데요.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하려면 공중이용시설 이어야 하고, 시설관리 결함이 사고 원인이어야 하는데 이 요건에는 맞지 않는다는 전문가 의견이 많습니다.
양홍석 / 변호사
"도로가 공중이용시설인지도 평가가 필요한데 그렇게 보더라도 공중이용시설의 어떤 설계상 아니면 관리상 하자가 있다고 보기 어려워서 중대재해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앵커]
만약 경찰이나 서울시, 용산구의 책임이 있다고 한다면 유족들은 그에 상응하는 배상을 받을 수 있습니까?
[기자]
2011년 우면산 산사태 때 서초구청과 경찰의 책임이 인정돼, 피해자에게 4억8000만 원씩 배상하라는 대법원 판결이 있었습니다. 위험이 예견된 곳에서 적절한 안전조치를 세우지 않아 공무원이 할 일을 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재난안전법에 보면 국가와 지자체가 각종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무엇보다 헌법 34조에는 국가가 재해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앵커]
직접적인 사고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는데, 예를 들어 인파를 뒤에서 밀었다면 처벌할 수 있습니까?
[기자]
먼저 밀었다는 사람을 특정해야 하고, 사고와 인과 관계가 있는지, 사망 가능성을 알았는지 여부 등을 입증해야 합니다. 물론 경찰이 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사고 원인 수사를 하고는 있지만 당시 상황을 보면 개인을 특정해서 처벌하긴 쉽지 않아 보입니다.
[앵커]
그렇겠군요. 책임자 처벌도 중요합니다만 먼저 이런 불행한 일이 왜 일어났는지 정확한 원인을 밝히는 일이 먼저겠지요. 홍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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