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욱 앵커의 시선] 가련합니다

신동욱 기자 | 2022.12.09 21:51

영화 '유주얼 서스펙트'는 마지막 반전이 기가 막힙니다. 수십 명이 살해된 현장에서 살아남은 어리숙한 목격자가, 경찰서 사무실과 메모판을 한번 훑어보더니 사건 전모를 털어놓습니다.

"나는 스코키에서 남성 4중창단을 했어요" "(범인의) 변호사 이름은 고바야시예요"

하나하나 구체적이고 그럴듯한 이야기에 넘어가 수사관은 그를 풀어줍니다.

그런데 커피잔 바닥에 찍힌 도자기 회사 이름 '고바야시'를 발견하고 속았다는 걸 깨닫습니다. 

"캘리포니아 레드풋"
"범고래처럼 뚱뚱한 친구지요"

장물아비를 비롯해 그가 알려준 다른 이름과 상황들도, 메모판에서 보고 즉흥적으로 꾸며낸 것 이었습니다. 범인은 바로 그였습니다.

풍자 소설가 조너선 스위프트가 말했습니다. "한 가지 거짓말을 하는 사람은, 자기가 얼마나 무거운 짐을 지게 될지 전혀 모른다"고…

"한 가지 거짓말을 참말처럼 하려면 다른 거짓말을 스무 개나 지어내야 하기 때문"이라는 얘깁니다.

저희가 청담동 첼리스트의 육성 인터뷰를 단독 보도해드린 대로 '대통령 술자리'는 나름 상상력을 발휘해 잘 꿰맞춘 모자이크였습니다.

대통령이 불렀다고 했던 '동백 아가씨'만 해도, 다른 사람이 신청해 연주했던 곡이라고 고백했지요.

그 모두가, 새벽까지 친구들과 놀다 귀가한 것을 남자친구에게 둘러대느라 꾸민 이야기였다는 겁니다.

"높으신 분들이 있고 이러면, 어떻게 할 수 없으니까, 피치 못할 사정으로 내가 늦었다 얘기를 하고 싶어서…"

처음부터 조금만 의심을 가졌더라면 말이 되지 않는 이 허망한 거짓말에 갖가지 사람들이 한 달이나 올라타고 앉아 세상을 희롱할 일은 없었을 겁니다.

첼리스트는 누구보다 "김의겸 민주당 대변인은 국회의원 자격이 없다"고 했습니다. "미리 확인도 안 했고, 무엇보다 나중에도 연락 한 번 안 했다"는 겁니다.

김 대변인은 한동훈 장관이 낸 손배소가 "쓴소리, 불편한 소리를 틀어막으려는 것" 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그건 쓴소리가 아니라 혹세무민 가짜뉴스 그 자체입니다.

독일의 서정시인 하이네가 개탄합니다. "이상한 노릇이다. 어느 시대나 악인은, 자기의 비열한 행위에 도덕이나 애국심 같은 가면을 씌우려고 애쓴다"

첼리스트는 김 대변인이 협업했다고 한 유튜브 매체가 신분을 속여 자신과 대화했고 동의없이 녹음한 파일을 틀었다고도 했습니다.

"제가 뭔가 위험해서 무서워서 말을 못 하는 것처럼… 다 짜깁기하고 편집하고…"

속담에 "채반이 용수가 되게 우긴다"고 했습니다.

'둥글넓적한 채그릇이 긴 대통이 되도록 허황된 말을 떠벌린다'는 얘기지요.

대명천지에 그러고 다니는 무리들을 보면 어이없다 못해 마음이 짠해 오기까지 합니다. 이 추운 겨울날에 말이지요.

12월 9일 앵커의 시선은 '가련합니다'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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