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져보니] 공공기관 17도…에너지 절감? 건강권 침해?
홍혜영 기자 | 2023.01.06 21:42
[앵커]
공공기관은 실내 난방 온도를 17도 이하로 지켜야 합니다. 정부가 에너지를 절감한다며 세운 규정인데, 일부 근무자들이 너무 추워서 일을 못 하겠다면서 헌법 소원을 냈습니다. 에너지 절약과 건강권이 충돌하는 상황인데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 따져보겠습니다.
홍혜영 기자, 실내 온도가 17도면 얼마나 춥습니까?
[기자]
어제 오후 한 공공기관 사무실 영상을 보시죠. 직원이 패딩을 입은 채 키보드를 치고 있고, 오후 3시인데, 실내온도가 16도입니다. 정부가 지난해 10월부터 이른바 '에너지 다이어트' 정책을 시행한 탓입니다.
[앵커]
일에 지장을 줄 정도면, 온도를 살짝 올리면 안 됩니까?
[기자]
17도를 넘어가면 바로 난방기가 꺼집니다. 예년에는 18도, 전기가 아닌 에너지원을 쓸 경우 20도였는데 17도까지 내린 건 처음입니다. 임산부나 장애인을 제외하곤 개인난방기도 사용할 수 없는데요. 위반하다 적발되면 최대 3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앵커]
모든 공공기관이 다 그렇습니까?
[기자]
모두 다는 아닙니다. 행정부 산하 1019개 공공기관이 대상인데 대통령실이나 총리실, 국회와 법원 등은 빠져 있습니다. 그래서 공직사회 난방계급제란 말도 등장했죠. 지난 2017년 헌법기관을 실내온도 제한에 포함하는 법안이 발의되기도 했는데, 국회 상임위 문턱도 넘지 못하고 무산됐습니다. 삼권분립에 위배된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앵커]
삼권분립이 이럴 때 쓰는 말인지 갸우뚱하게 되네요. 그래서 일부 직원들이 헌법 소원까지 냈고요?
[기자]
네, 일부 정부 출연연구기관 연구자들은 이런 조치가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의 신체불가침권, 건강권을 침해한다며 헌법 소원을 제기했습니다. 아무리 공익을 위해서 라고 해도 과도하다는 겁니다. 실제로 세계보건기구(WHO)는 건강을 위해선 실내온도가 최저 18도는 돼야 한다고 권장합니다.
박민선 /서울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WHO는) 심뇌혈관질환 또 심혈관질환과 호흡기질환 예방을 위해서 18도 정도의 실내 온도 유지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연세 드신 분들 또 노약자들 또 근육이 좀 적으신 분들에 있어서는 체온 발열하는 그런 작용이 조금 약하기 때문에…."
전력소비량 가운데 공공기관이 차지하는 비중은 3% 정도인데요, 전문가들은 "실제 절감 효과가 미미한만큼 생산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박호정 / 고려대학교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
"한 두 시간도 아니고 장시간 그렇게 낮에 계속 그런 온도대에 있으면 집중력이 많이 떨어지죠. 그게 결국은 생산성으로도 연결이 되는 거고. 노동생산성에 영향을 미치는 그런 온도 제한과 같은 정책들은 최소화하는 그런 방향이 필요하다…."
이런 지적이 나오자, 윤석열 대통령은 오늘 "난방 온도 제한 조치를 탄력적으로 운영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앵커]
그러게요. 요즘같은 날씨에 17도는 너무 추울 것 같긴 합니다. 홍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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