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져보니] 삼성전자, 25년만의 '감산'…의미와 배경은?
박상현 기자 | 2023.04.09 19:30
[앵커]
삼성전자가 1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했죠. 영업이익 6천억원대로 어닝 쇼크 였습니다. 잠정이라 부문별 정확한 수치는 나오지 않았지만 반도체에서 4조원 안팎의 적자를 낸 걸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결국 25년만에 반도체 생산을 줄이겠다고 공식 선언했습니다. 이 결정이 주는 의미를, 산업부 박상현 기자와 따져보겠습니다.
박 기자, 그동안 감산은 없다는 게 삼성만의 경영 전략이었는데 감산으로 선회한 결정적 이유는 뭡니까?
[기자]
삼성전자 외경 그만큼 지금 글로벌 반도체 경기가 안좋다는 얘깁니다. 반도체 수요가 줄고 경쟁기업과의 기술격차도 줄어들면서 삼성도 감산 말고는 다른 방안이 없다고 판단한겁니다.
[앵커]
그렇다면 삼성에게 '감산'은 마지막 카드로 봐야하는 겁니까?
[기자]
삼성 반도체 공장 삼성이 감산 카드를 꺼낸 이유는 공급을 좀 줄이면 반도체 가격이 오를테고 이를 통해 실적을 개선하겠다는 의도가 깔렸다는 분석입니다. 특히 이번 감산은 기존의 기술적 감산과는 다릅니다. 과거에는 삼성이 신기술 개발이나 다른 투자를 위해 생산량을 조절했다면, 이번에는 온전히 반도체가 안팔리다 보니 인위적인 감산을 한겁니다.
[앵커]
그런데 반도체 업황이 안 좋은게 처음도 아니고, 과거엔 시장이 힘들어도 오히려 공급을 줄이지 않는 방식으로 살아남지 않았습니까?
[기자]
하지만 이번 반도체 불황은 상황이 좀 다릅니다. 삼성은 그동안 불황때마다 높은 수율을 앞세워 다른 경쟁사들보다 생산단가를 낮추는 방식을 택해왔습니다. 실제 2008년 4분기 삼성이 7400억원 대의 영업 적자를 냈을때도 감산이 아닌 가격 경쟁력으로 버텼습니다. 이때가 1차 반도체 치킨게임으로 불리는데 당시 삼성의 전략에 독일 키몬다사가 파산했습니다. D램 2차 치킨게임에서도 삼성의 전략에 대만의 난야, 일본 엘피디가 파산하며 삼성만 살아 남았습니다.
[앵커]
감산 없이 버텨온 그 때와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고 판단하는 거네요? 그 근거는 뭡니까?
[기자]
삼성 신기술 개발 원가 경쟁력으로 버티기에는 반도체 불황이 언제까지 갈지 예측이 불가능하고요. 삼성이 쌓아놓은 재고도 만만치 않습니다. 통상 4주치 정도 재고를 보유하는데 현재 D램의 경우 21주치가 쌓여있는 상황입니다. 여기에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도 버틸 여력을 잃게 하는 원인입니다. 올해 1분기 내내 PC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D램 범용제품 가격은 2달러를 넘지 못하고 있습니다. 가격이 지난해 절반 수준까지 하락했는데, 삼성 내부에선 이제 거의 원가수준까지 근접했다는 말도 나옵니다.
[앵커]
그런데, 감산 발표에 주가는 당일에만 4% 넘게 뒤었습니다. 지금이 바닥이라고 본다는 거 아닙니까?
[기자]
메모리 반도체 3대 기업인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은 이미 감산을 선언했고요. 이번에 삼성까지 동참하면서 수요공급 불균형이 해소될 거란 기대감이 반영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긍정적 신호로만 볼 수도 없습니다. 감산을 극도로 꺼리는 삼성까지 감산할 정도면 그만큼 반도체 업황의 불황이 장기화 될 수 있다는 얘기이기도 합니다. 여기에 감산의 규모나 기간 역시 아직은 불투명한 상황이라 불확실성도 여전합니다.
[앵커]
지금을 바닥으로 보기엔 시기상조군요. 어쨌든 삼성의 감산 결정은 반도체 업황일 얼마나 어려운지를 잘 보여주는 듯 합니다.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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